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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서울대·지방국립대 통합 반대… 특목·자사고는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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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총장 인터뷰 - 박두식 사회부장·안석배 논설위원]

국립대 공동 선발·운영 하면 서울대 하향 평준화 될 것

수능 절대평가로 바꾸는 건 사실상 폐기하자는 얘기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대학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다. 서울대와 지방 거점 국립대를 묶어 '통합 국립대'를 만들고, 통합 국립대가 학생 선발과 학사 운영, 학위 수여를 공동으로 하게 하는 것이 이 구상의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이런 공약을 내걸었다가 올해 대선에선 국공립대 공동선발·공동학위제를 공약에서 제외하면서도 국공립대 공동 운영 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설계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은 "공동선발·공동학위제를 당장 실시하기는 어렵겠지만 검토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낙인(67) 서울대 총장은 23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대학 입학시험을 완전히 없애고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줄 서서 들어가게 한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입학시험이 있는 한 (국공립대 통합은) 실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대를 하향 평준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성 총장이 새 정부 출범 후 언론 인터뷰를 한 것은 처음이다. 인터뷰는 박두식 사회부장·안석배 논설위원이 진행했다.

조선일보

23일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서울대 본관 총장실에서 700여m 떨어진 임시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국공립대 통합과 시흥캠퍼스 사업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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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이야기할 때 프랑스 사례를 많이 든다.

"프랑스가 1968년 (학생 시위) 사태 이후에 파리대학을 13개로 쪼개서 학생이 원하는 대로 들어갈 수 있게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프랑스에는 이와 별개로 그랑제콜(Grandes Ecoles·프랑스의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이 있고, 이 기관이 서울대라 보면 된다. 프랑스는 일반 대학을 평준화할 때에도 이미 엘리트 교육기관을 따로 두어야 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50여 년 전 유럽에서 나온 얘기를, 그 사이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옛날식의 대학 서열 파괴니 하는 개념은 이제 맞지 않는다. 지금 새 정부가 고민해야 할 시급한 사안은 인구 절벽 시대의 대학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현실적으로 국공립대 통합 운영을 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은 갖춰져 있나.

"한 가지 예를 들겠다. 서울대 안에서조차 경제학·경영학 같은 특정 전공 수업을 들으려는 수요가 너무 많아서 학교가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공립대가 통합되면 지방 학생들이 철학 개론 들으러 서울대에 오겠는가. 특정 학과·분야로의 쏠림만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서울대 폐지론이 나왔을 때보다 서울대를 보는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같다.

"지난 정부에서 일부 서울대 출신 동문들의 잘못이 크게 드러나면서 여론이 나빠졌지만 그래도 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데는 추동력을 가진 엘리트 양성이 필수적이다. 서울대는 어떤 자료로 측정해도 세계 대학 순위에서 30~50위가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세계적 수준의 종합대학인 서울대를 하향 평준화시켜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

―새 정부는 지금 중3 학생부터 대입 수학능력(수능) 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꾸겠다고 했다.

"수능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주관해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은 이 시험의 점수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고, 수능을 사실상 폐기하는 것이다. 수능의 변별력이 사라지면 대학들이 학생 선발을 위해 (구술고사를 본고사처럼 운영하는 등의) 변칙을 쓰게 된다. 이게 옳은 일인가. 90점 받은 학생은 90점 받은 대접을 받고, 70점 받은 학생은 70점 받은 대접을 받는 것이 정의(正義)의 원칙에 맞는 것이다. 서울대는 현재 정원의 20% 수준인 정시 모집 규모를 더 줄일 계획이다. 수능 잘 보는 학생은 수능으로, 내신이 좋은 학생은 내신으로, 특기가 있는 학생은 특기로, 소외 계층은 소외 계층대로 서울대에 들어올 수 있게 해야 (대학 구성원의) 다양성이 확보된다."

―새 정부는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폐지도 추진하고 있다.

"외국어 공부하라고 외고 만들어놨더니 옛날 경기고, 서울고처럼 되지 않았나. 그건 반칙이다. 특목고·자사고를 폐지하고 고등학교를 단순화시키겠다는 공약은 전적으로 찬성이다."

―서울대가 한국을 대표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고 보는가.

"서울대는 학생 선발부터 연구·교육, 미래 대비 등 다각도에서 변신을 꾀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 서울대가 추진 중인 시흥캠퍼스 구상도 통일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나왔다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정리=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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