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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과학책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없을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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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의 과학뉴스' 낸 김명호, 일상 소재로 과학 풀어내

과학 만화 제목에 자기 이름을 걸었다. 작가는 과학 전공자도, 유명 만화가도 아니다. 그림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미대 입시에서 10번 가까이 헛물을 켰고, 뒤늦게 과학서에 빠져들어 그 재미를 알게 됐지만 고등학교 때 '이과'였다는 게 전부다. '김명호의 과학뉴스'(사이언스북스)를 펴낸 김명호(40)씨 이야기다.

딱딱한 제목과 달리 책은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얻었다. 주머니 속에서 수시로 얽혀서 꼬인 줄을 풀려면 진땀을 흘리게 하는 이어폰(매듭 이론), 목욕할 때 퉁퉁 불어오르는 손발(타이어 무늬 가설), 출렁거리는 커피잔(유체역학) 등. 생활과 밀접한 이야기를 최신 과학 기사와 논문을 원문으로 찾아 읽은 저자가 풀어냈다. 그는 "만화책 그리는 의사·과학자는 있지만 과학책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는 내가 처음일 것"이라며 웃었다.

조선일보

'과학 덕후'인 김명호 작가는“교통비 아끼느라 1주일에 한 번 집 밖에 나가던 20대에도 과학책은 1주일에 1~2권씩 꼭 샀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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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2015년 펴냈던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은 불모지에 가까운 한국 성인 과학 만화 시장에서 1만부 이상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미대 입시에 실패하고 전문대를 나온 뒤 책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다. 작업실에 과학책이 100권이 넘을 정도로 교양 과학 서적을 즐겨 읽었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용 과학책 일러스트를 그릴 때 오류가 자꾸 눈에 띄었다. 아예 제대로 그려보자는 생각을 하고 2011년부터 직접 만화를 그렸다. 과학자도 만화가도 아닌 과학 만화 작가의 탄생이었다.

최근 연구 결과가 담긴 논문을 영문으로 읽는다. 작업 시간은 짧게 잡아도 한 편당 3~4주가량. "그래서 1주일 간격으로 연재하는 웹툰 플랫폼에는 뛰어들기 힘들죠. 과학 전공 아니라고 내용을 못 믿겠다는 편견도 있고요. 대신 참조 논문을 철저하게 밝히고 인터넷 연재에 전공자들이 달아주는 댓글을 참조하죠."

그는 지금 '리니지'를 만든 엔씨소프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과학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조회 수 10만을 기록할 정도다. 그는 여전히 소재를 찾아 '사이언스뉴스' '사이언티픽 아메리카' 같은 영문 잡지를 읽고, 구하기 어려운 논문은 SNS를 통해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홍성욱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는 추천사에 "김명호 작가는 교과서에 실린 과거의 과학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과학을 대중화하고 있다"고 썼다.

일본말 '오타쿠'에서 파생된 '덕후'라는 말은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 일로 돈을 버는 데 성공한 사람을 '덕업일치'(관심 분야를 직업으로 삼는 것)했다고 한다. '덕업일치'는 그를 위한 말 같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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