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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중국인, 사드가 뭔지도 모르면서 한국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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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숙한 국가' 저자 쉬즈위안]

"中, 사드 문제의 인과관계 국민에게 설명하거나 공개 안해… 정부가 맹목적 민족주의 고무"

"중국 주변 국가들은 거칠고 제멋대로인 강권(强勸)과 공존하는 법을 배워둬야 한다."

조선일보

쉬즈위안의 책은 중국 본토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미성숙한 국가’는 중국의 통제를 피해 대만에서 출간됐다. /이봄에 동선동


최근 번역 출판된 '미성숙한 국가'(이봄에 동선동) 저자 쉬즈위안(許知遠·41)은 "한쪽 끝에는 정부에 의해 쉽게 조종당하는 군중이, 다른 쪽 끝에는 폐쇄적이고 오만한 정권이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고 했다. 그는 전작 '독재의 유혹' 등에서 서구 지식인보다도 매서운 눈으로 조국을 비판해온 중국 지식인이다. 이번 책에서도 그는 청일전쟁부터 덩샤오핑 이후의 현대 중국까지 역사를 아우르면서 중국은 단 한 번도 독재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성숙한 국가'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사드(THAAD)로 한중관계가 경색됐다.

"중국인들은 사드가 뭔지도 모르면서 한국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정저우 한 롯데마트 앞에서 시위대가 '조상 대대로 엿이나 먹어라'는 피켓을 들었다. 중국은 사드 문제가 담고 있는 복잡한 함의와 인과관계를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거나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협애(狹隘)한 정보로 맹목적 민족주의만 고무하고 있다. 냉전적 사유고 미성숙한 모습이다."

―앞으로도 중국 민족주의가 주변 국가와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란 뜻인가.

"중국 민족주의는 중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쇼비니즘(배외주의) 혹은 선민의식과 결합한다. 중국이 이웃 나라를 평등하게 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지배권을 독차지하려고 노력했다. '굴기(�起)'를 말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느꼈다. 민족주의도 국가적으로 조종된다. 청일전쟁 이후 독재체제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나지 못했던 중국의 정치구조가 그 원인이다."

―'스트롱맨(독재자)'형 리더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 현상 아닌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포퓰리즘이 힘을 얻은 결과다. 중국은 더 심각하다. 중국의 '스트롱맨'이 가진 지배력이 다른 나라를 능가한다. 중국은 경제적 번영을 일구면서도 법치와 인권, 개인의 자유 같은 개념들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똑똑한 사람들은 '스트롱맨의 시대'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극을 잉태하고 있는지 간파한다."

―그렇다면 성숙한 중국은 다른 모습일까.

"내가 생각하는 성숙한 국가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갖추고, 다원화된 가치관이 존중되는 사회이다. 과거 미국 학자 조지프 레빈슨(Levenson)은 '중국이 세계의 일부가 아니라 중국 자체가 하나의 세계'라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은 항상 자기중심의 세계관에 빠져 있다. 이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당신의 책은 중국에서 구하기 어렵다고 들었다. 그래도 비판적 저작을 꾸준히 내는 이유는 뭔가.

"문화대혁명 시기에 이런 책을 썼다면 사형됐을지도 모른다. 1980년대에는 구금되거나 다른 처벌을 당했을 것이다. 최근 중국공산당은 저작물 유통을 철저히 막는 방법으로 사상을 통제한다. 비판은 사회 변혁에 대한 희망과 변화에 대한 기대에서 나온다. 국가와 시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 그게 내 책임이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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