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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광화문에서/이태훈]서초동에 부는 사정 폭풍의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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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태훈 정치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2인자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검사를 임명했다. 윤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으로 일하다가 검찰 지휘부의 외압 의혹을 폭로한 뒤 한직인 지방 고검 검사를 전전했다. 그러다 최순실 국정 농단을 규명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석검사로 차출돼 화려하게 수사 일선에 복귀했다.

청와대의 윤 지검장 임명에는 특이한 게 한 가지 있다. 보통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먼저 임명한 뒤에 검사장급 이상이나 부장검사 등 중요 보직 순으로 후속 인사를 하는데 이번에는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핵심 보직을 먼저 채웠다. 청와대는 ‘돈 봉투 만찬’ 파문으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업무공백 최소화를 위해 우선 인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는 검찰의 수장 공백 상황을 역이용해 청와대가 의도한 핵심 인사를 관철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수사력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막강한 보직이다. 고위층과 대기업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특수부 4곳 등 인지수사 부서와 공안부, 형사부 수사 인력이 총집결된 검찰의 정예 수사기관이다. 30여 년간 최고 사정(司正)기관으로 명성을 떨쳤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현 반부패부)가 2013년 4월 직접 수사 기능이 공식 폐지되면서 대형 비리 수사에서 차지하는 서울중앙지검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가깝게는 최순실 국정 농단 비리를 파헤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력을 입증한다. 지난해 11월 특수본 체제로 전환된 후부터는 청와대를 향해 거침없이 수사를 전개해 권력 핵심을 줄줄이 구속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공모한 증거를 확보해 ‘피의자’로 특정함으로써 박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도 특수본의 수사 결과였다.

청와대가 이렇게 힘 있는 수사기관을 윤 지검장에게 맡긴 이유는 뭘까. 문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 유지를 원활히 할 적임자”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착수한 적폐 청산을 법적으로 뒷받침해 달라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 앞으로 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수사에 누가 타깃이 될 것인지 법조계와 정치권이 긴장하며 주시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온 대목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다. 2014년 12월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 파문이 권력 실세였던 정윤회, 최순실 씨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막후에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지휘하고 조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최근 퇴임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었다. 우 전 수석은 특검 수사와 검찰 수사에서 구속영장이 두 차례 청구됐으나 기각돼 직권남용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명박 대통령 때 추진된 4대강 감사를 전격 지시했다. 청와대는 정책감사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불법이나 비리가 포착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도 수사의 불똥이 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윤 지검장은 윗사람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다. 지금까지 정권 핵심이나 재벌 회장 등을 타깃으로 한 큰 수사를 하면서 강한 처벌을 주저한 검찰 상관을 들이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거악(巨惡)을 척결하기 위해서라면 이전 정부든, 현 정부든 가리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결기가 있는 검사다. 그런 점에서 윤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의 ‘양날의 칼’이다.

이태훈 정치부 차장 do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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