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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1980년 신군부, 美에 5·18 거짓정보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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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도들이 전경에 무차별 사격 등 美지지 끌어내려 왜곡된 정보 제공”

美언론인 기밀문서 설명회서 밝혀

동아일보

미국 언론인 팀 셔록 씨와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연구원들이 24일 광주시청에서 197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결과 설명회를 갖고 신군부가 왜곡한 5·18 정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1980년 신군부가 미국에 5·18에 대한 터무니없는 거짓정보를 흘려 지지를 끌어내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과 미국 언론인 팀 셔록 씨(66)는 24일 광주시청에서 1979∼1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결과 설명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1996년 미국 정부의 5·18 관련 기밀문서를 처음으로 공개해 주목을 받은 셔록 씨는 4월 10일부터 광주에 머물면서 그가 기증한 기밀문서(3500쪽)에 대한 분석 작업 등을 했다.

설명회에서 밝힌 신군부의 첫 번째 왜곡된 정보는 미군 정보원의 첩보 형태로 1980년 5월 21일 작성됐다. 왜곡된 내용은 ‘광주 세무서와 관공서를 파괴한 폭도들이 인질을 붙잡고 있다. 인질 가운데 몇 명은 도청 공무원’이라는 내용이다. 당시 광주 시민들은 관공서를 파괴하거나 인질을 잡은 적이 없다.

두 번째 왜곡된 정보는 1980년 5월 27일 주한 미국대사 윌리엄 글라이스틴 전문으로 ‘광주에서 인민재판과 사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은 신군부가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에서 시민군을 진압한 상황이었다.

세 번째 왜곡된 정보는 1980년 6월 2일 미국 국방부에 보고된 것으로 ‘광주 인근 산에 시민군 2000명이 숨어 게릴라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밖에 왜곡된 정보는 ‘군중들이 쇠파이프, 몽둥이를 들고 각 집을 돌며 시위에 동참하지 않으면 집을 불질러버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또 폭도들이 초등생들까지 동원하기 위해 강제로 차에 태워 길거리로 끌고 나왔다’는 내용도 있었다. 5·18 당시 시민들은 시위참여를 강제하거나 초등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한 적이 없다.

다른 왜곡된 정보는 또 ‘폭도들이 전투경찰에게 무차별 사격,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시민들에게 사격, 군중을 향해 쏠 기관총을 설치, 좌익 300명이 수감된 교도소 공격’ 등의 내용을 담았다. 5·18 당시 시민군은 경찰이나 시민들에게 사격을 한 적이 없다. 신군부는 이런 왜곡된 정보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을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 몰아가려고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셔록 씨는 “신군부의 왜곡된 정보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다양한 정보채널을 확보해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집단발포 등 5·18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국가 이익 등을 위해 묵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5월 광주 진실을 담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문서 등에 지워진 문장이 많은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공식 기밀해제 요청을 통해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5·18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5·18 진상규명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 이후 광주의 한 식당에서 가진 5월 단체와의 오찬에서 5·18 진상규명은 법을 제정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치권에서는 5·18 진상규명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추진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40여 명의 서명을 받은 5·18 헬기사격특별법안을 발의해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별도의 특별법안을 만들 개연성이 있지만 국민의당 특별법안을 수정해 함께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5·18 헬기사격특별법안에는 조사·수사권을 가진 조사위원회에서 5·18 진상규명 작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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