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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화재 발생”… 비상조명 켜지며 탈출용 사다리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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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1년… 지하철 신형 전동차 안전 체험해보니

동아일보

올 4월 도입돼 시험 운행 중인 신형 전동차에서 24일 전동차 제작업체 직원들이 운행 속도 등 테스트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위쪽 사진). 서울메트로 종합관제소에 설치된 스크린도어 작동 현황판에 스크린도어 이상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서울메트로 제공


“지금 열차 내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모두 열차에서 내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승무원의 안내방송이 나오기 무섭게 열차 안을 환히 비추던 전등이 모두 꺼졌다.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지만 터널을 통과하던 터라 객실은 순식간에 어둠으로 휩싸였다. 그러나 암흑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전(停電)과 동시에 4개의 비상조명등에 불이 켜졌다. 승무원은 별도 전원장치가 달린 무선통신기기를 통해 대피 방송을 반복했다. 승객들은 열차에 설치된 비상탈출용 하차 사다리의 덮개를 열고 내릴 준비를 했다.

긴박한 이 장면은 서울메트로가 신형 전동차 안에서 비상시를 대비해 연출한 상황이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2호선의 노후 전동차를 대체할 신형 전동차 200량을 내년까지 도입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달 신형 전동차 10량이 출고돼 현재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24일 오후 신형 전동차는 지하철 2호선 시청역을 출발해 구의역까지 시험적으로 달렸다.

지난 몇 년간 지하철 관련 인명사고가 이어진 탓인지 승차감이나 편의성보다는 안전에 신경 쓴 장치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전기가 끊겨도 자체 동력으로 비상장치가 작동했고 탈출을 위한 비상용 사다리가 비치됐다.

타고 내릴 때 전동차 문에 끼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출입문마다 발광다이오드(LED) 상황표시등이 설치됐다. 출입문이 열리면 녹색불이 켜졌고 문이 닫히기 시작하자 노란색불이 깜빡거렸다. 고장이 났을 때는 빨간색불이 들어온다. 객실 상황을 전동차 기관실과 종합관제소에서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는 폐쇄회로(CC)TV도 눈에 띄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전동차 안전장치를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승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속 25km로 달리다 충돌했을 때도 견딜 수 있도록 이중 충격 흡수장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공기질 개선 장치도 설치됐다.

전동차는 20여 분을 달려 구의역에 도착했다. 1년 전 수리업체 20대 직원이 스크린도어 수리를 하다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곳이다.

서울시는 사고 직후 작업자의 안전을 더 잘 지키도록 스크린도어 센서를 기존 적외선 방식에서 레이저스캐너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레이저스캐너는 기존 방식에 비해 고장률이 낮고 미세한 부분까지 감지가 가능하다. 특히 고장이 나더라도 작업자가 선로에 내려가지 않고 승강장 안쪽에서 정비를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상반기까지 스크린도어 장애가 자주 일어나는 53개 역의 센서를 다 교체하고 나머지 역은 2018년까지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1년 전 20대 직원이 목숨을 잃은 9-4번 승강장 스크린도어에도 레이저스캐너가 설치됐다.

스크린도어 이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관제 시스템도 10일 구축됐다. 이날 방문한 서울 서초구 서울메트로 본사 종합관제소에선 각 역의 스크린도어 작동 상황이 곧바로 체크되고 있었다.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 9-2 스크린도어에 이상이 생겼다는 메시지가 화면에 뜨자 직원은 역사 CCTV로 현장 상황을 확인했다. 얼마 전까진 기관사나 역 직원이 보고를 하지 않으면 관제소에서는 이상이 생겼는지 알 수 없어 빠른 대응이 어려웠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다시는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승객과 작업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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