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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정신우 셰프의 오늘 뭐 먹지?]평양냉면, 심심해서 무미한 그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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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냉면의 정석 같은 국물이 특징인 ‘동무밥상’의 평양냉면. 정신우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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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평양냉면 좀 먹어봤다고 자부하는 식도락가들에게 암묵적인 절대 공식이 있다. 평양냉면 전설의 맛집 정수만을 모아 만든 ‘어벤저스 평양냉면’이다. 봉피양의 메밀면, 우래옥의 쇠고기 국물, 필동면옥과 평양면옥의 편육과 제육. 한 치의 양보도 허락하지 않는 냉면 마니아들이 가상으로 조합해 본 ‘꿈의 냉면’이다.

요즘 냉면 신흥 강자들도 무서운 기세로 선배들의 관록을 위협하고 있다. 기본기에 충실한 듯하면서도 각자 고유의 맛을 내기 위해 저마다 연마한 국물을 내세운다. 국물을 들이켜고 3초 만에 진미가 결정되는 것이 평양냉면인데 신흥 냉면집의 인기가 만만찮다.

꿩과 한우 양지로 국물을 내 달고 풍미가 좋은 서울 마포구의 ‘고메 구락부’, 육향은 스치듯 지나가고 동치미 국물 맛이 아련해 냉면의 정석 같은 국물인 서울 마포구의 ‘동무밥상’이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투박하고 심플한 국물 맛이 특징인 서울 강남구의 ‘진미 평양냉면’은 초보자에게 평양냉면을 이해시키기 쉬운 집으로 추천할 만하다. 서울 영등포구의 ‘정인면옥’은 몹시 단정하다. 국물도 면도 감칠맛이 좋아 가성비가 단연 으뜸이다.

셰프들에게 가장 이슈였던 집은 서울 강남구의 ‘능라도 강남점’이다. 쇠고기 국물만으로도 우래옥과 견주는 이들이 적지 않다. 면도 탄탄하다. 일부는 닭고기 맛이 난다고 하는데 고기 맛은 어느 부위를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향과 맛이 난다.

돼지고기 앞다리 살을 기름과 지방을 걷어내고 맑게 끓이면 언뜻 쇠고기 국물 같은 육향이 난다. 소뼈를 우린 물에 양지를 섞어 끓이면 맛이 복잡하고 감칠맛은 풍부해진다. 보통 평양냉면은 우족, 갈비뼈, 사태, 양지 등 사용하는 고기 종류와 부위가 다르다. 배추와 무로 만든 동치미 국물을 삭혀 고기 국물과 섞어 간을 맞추기도 한다. 면은 메밀가루와 옥수수 전분을 섞어 쓴다. 메밀의 함량, 두께, 농도, 삶는 시간은 가게마다 다르다.

평양냉면과 함께 유명한 함흥냉면은 메밀 면이 아닌 녹말 면으로 만든 냉면으로 비빔냉면이 유명하다. 살얼음이 뜬 진한 육수에 식초, 겨자를 넣거나 달달하고 매운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던 맛에 익숙한 사람들은 처음 먹는 평양냉면이 충격적으로 맛이 없을 수 있다. 평양냉면은 지나치게 심심해서 무미하다. 비워진 듯 채워진 오묘한 맛이 평양냉면의 절미(絶味)이니 적어도 3, 4번은 먹어야 맛이 느껴진다. 평양냉면 맛을 아는 수준이면 당신도 이제 ‘냉면 ’에 발을 들인 것과 다를 바 없다.

정신우 플레이트 키친 스튜디오 셰프·일명 잡식남 cafe.naver.com/platestudio

○ 고메 구락부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7길 19-5, 02-332-6020, 꿩 평양 물냉면 1만 원.

○ 정인면옥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76길 10, 02-2683-2615, 평양냉면(물냉면) 9000원.

○ 능라도 강남점 서울 강남구 언주로107길 7, 02-569-8939, 평양냉면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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