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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알렉산데르 바론 “발효음식 배우러 김치나라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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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김치’ 유행시킨 폴란드 스타 셰프 알렉산데르 바론 씨

동아일보

폴란드 셰프 알렉산데르 바론은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그는 “한국 요리는 공부한 적이 없지만 잘 알고 있다. 한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자연적인 요리가 특징이다. 배울 것이 참 많다”고 말했다.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 제공


폴란드에서는 ‘폴란드 김치’가 유행하고 있다. 이름도 그대로 ‘폴란드 김치(Polskie Kimchi)’다. 유행의 출발점인 폴란드 셰프 알렉산데르 바론(34)은 5년 전부터 김치를 담가왔다. 그가 바르샤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솔레츠44’에서 김치를 팔고 있다.

18일 제주에서 열린 제주푸드앤와인페스티벌에 참석한 그는 자신이 직접 담근 폴란드 김치를 갖고 와 손님들에게 내놓았다. 그는 한국의 발효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날 제주향토음식점을 찾아 직접 젓갈 담그는 법을 배운 그는 “한국에서 발효음식을 배우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바론은 폴란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셰프 중 한 명이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우연히 스코틀랜드 여행을 떠났다가 요리에 매료됐다. 그는 접시닦이와 매니저 등 밑바닥에서부터 요리를 배웠고, 2010년 귀국해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었다. 폴란드 음식에 발효를 접목시켜 주목받은 그는 세계 각국의 요리축제에 초청받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원래 요리를 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천천히 올라오면서 배웠어요. 일주일에 100시간 정도 요리하며 연습했죠. 그래도 열심히 한 결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에든버러를 방문했을 때 요리를 담당했어요.”

소규모로 생산된 지역 식재료를 주로 사용하는 그가 발효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발효음식이 자연을 가장 닮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보통 요리를 하면 어떤 요리가 나올지 쉽게 감을 잡아요. 하지만 발효음식은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알기 어렵죠. 그건 요리사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식재료의 조화와 자연의 힘도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

알렉산데르 바론 셰프는 현지에서 나는 재료로 폴란드 김치를 만든다. ①달래(와일드 갈릭)로 만든 김치 ②야생 버섯 등을 주재료로 한 김치 ③보라색을 띤 절인 양파 ④청어를 사용한 발효음식 ⑤냉이와 무를 사용한 김치(왼쪽부터). 알렉산데르 바론 제공


그가 내놓는 김치는 한국식 빨간 김치가 아니다. 폴란드 현지에서 나는 채소와 생선 등을 넣은 뒤 고추냉이, 꿀, 소금 등을 첨가해 발효시킨다. 색깔도 재료에 따라 흰색, 보라색, 옅은 주황색으로 다양하다. 짧게는 3주, 길게는 3년까지 발효한다.

“폴란드에서도 예전부터 발효음식을 많이 먹었어요. 하지만 한동안 발효음식을 먹지 않았다가 아시아 음식이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이 발효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제 발효음식에 ‘김치’라는 단어를 쓴 것은 발효음식 중 가장 유명하기 때문이죠.”

그가 내놓는 김치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현재 폴란드에서는 김치를 만나볼 수 있는 식당이 늘고 있다. “폴란드 김치에 많은 요리사가 영감을 받아 본인만의 김치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제가 쓴 발효음식에 관한 책은 한때 ‘해리 포터’를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어요. 하하.”

그는 한국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제주의 재래시장을 찾아 식재료를 살펴봤다. 강원 평창군을 찾아 김치 명인을 만난 후 김치 담그는 법과 다양한 한국 김치를 맛보기도 했다.

“상상 이상으로 한국의 김치는 맛있고 오묘한 음식이에요. 한국 식재료 중 제 메뉴에 접목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아요. 제주 금귤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는 보기 힘든 말린 생선도 한번 사용해 보고 싶어요.”

제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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