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겟 아웃
코미디언 출신 필레 감독 데뷔작
흑인이 주인공, 백인들은 조연… 영화 곳곳서 인종 문제 계속 환기
18일 국내 개봉 이후 118만 관객(23일 현재)을 동원하며 일일 관객 기준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 영화 '겟 아웃(Get Out·감독 조던 필레)'은 인종 문제와 공포물을 결합한 독특한 영화다. 코미디언 출신인 필레(38)의 감독 데뷔작이다. 실제로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필레는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나 마틴 루서 킹 목사 등을 흉내 낸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았다. 이번 영화에서 각본과 연출을 맡은 그는 "코미디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릴러에 접목시킬 수 있어서 즐거웠다"면서 "관객들이 인종 문제와 공포 영화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450만달러(50억원)를 들여 미국 기준으로는 저예산 영화에 가깝지만, 지난 2월 미국 개봉 이후 제작비의 50배가 넘는 2억2950만달러(2580억원)를 벌어들였다.
영화 ‘겟 아웃’의 주인공 ‘크리스’(대니얼 캘루야)가 위기에 처한 장면. /UPI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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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마을 밤길을 홀로 걸어가던 흑인이 납치되는 첫 장면부터 별다른 편집 없이 공포감을 자아내는 솜씨를 보여준다. 이 장면부터 인종 문제를 전면에 내걸지만 그 외피(外皮)를 벗기고 나면 '청춘 공포물'이라는 영화의 속살이 드러난다. 주말이나 여름 휴가철을 이용해서 젊은 남녀들이 놀러간 여행지에서 발생하는 참극을 다룬 장르. 약물이나 음주, 섹스의 유혹에 노출된 등장인물은 끔찍한 죽음을 맞는 반면, 순진무구한 주인공은 슬기롭게 역경을 헤쳐나간다는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감독은 미국 사회 민감한 주제인 흑백 문제를 이 공포물에 포개면서 '뒤집기'를 시도한다. 부당한 차별과 괴롭힘에 노출된 흑인이 주인공이자 관찰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반면, 영화에서 백인들은 주변인으로 밀려난다. 관객의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상상력에서 짜릿한 쾌감이 생긴다.
인종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뚜렷한 주제 의식과 저예산 영화 특유의 비주류적 감성, 톡 쏘는 유머 감각이 어우러져 있는 수작(秀作)이다. 샘 레이미 감독의 1981년 공포물 '이블 데드'의 흑인판을 보는 느낌도 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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