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붙은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연자 투표독려 광고. 역사 한 곳에 7명의 응원 광고가 동시에 붙었다. 사진 이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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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에게 투표해주세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은 요즘 '선거운동 격전지'가 됐다. Mnet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2' 출연자를 응원하는 팬들의 광고가 '선거 유세'처럼 펼쳐지고 있어서다. 이 프로그램 출연자를 응원하는 광고 7개가 역 곳곳에 걸려 있다. '프로듀스 101'은 101명의 가수 연습생 중 11명을 시청자 투표로 뽑아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시키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26일 상위 35명을 가리는 '순위 발표식'을 앞두고 있다. 출연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출연자의 득표수를 높이려는 팬들의 광고 경쟁도 뜨거워진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 역사에 걸린 프로듀스 101 연습생 광고는 28개(22일 기준)다.
팬클럽 광고는 홍대입구역·신촌역·강남역·건대입구역 등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에 집중된다. 홍대입구역과 강남역은 다른 역에 비해 광고비도 가장 비싼데, 조명 광고판의 1개월 사용료는 350만원 정도다. 압구정·신사·합정역도 아이돌 팬들이 선호하는 위치다. SM, JYP, YG 등 대형 기획사에서 가까워서 연예인들이 지나가다 광고를 발견할 확률이 높고, 광고판 앞에서 '인증샷'을 찍은 팬서비스가 용이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스타의 고향에 광고를 내는 팬도 많다. 마마무 멤버 휘인의 고향 전라북도 전주시를 돌아다니는 시내버스에 그의 사진을 붙이고, 부산 지하철 수양역 전광판 광고로 부산에서 자란 B.A.P의 멤버 대현의 생일을 축하하는 식이다.
팬들이 돈을 모아 광고를 내는 팬클럽 광고는 5~6년 전부터 시작됐다. 생일·데뷔 기념일·성년의 날을 축하하던 것에서 최근에는 스타가 출연한 영화·드라마 홍보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광고 채널도 지하철 전광판에서 버스 외부광고·카페 진동벨·테이크아웃 컵 홀더·대형마트 카트·영화관 스크린 등으로 다양해졌다. 특히 진동벨 광고는 10개 매장에 일주일 집행할 경우 45만원 정도 드는데, 매장 수에 따라 광고비를 조절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팬들은 카페 컵홀더와 진동벨 대형마트 카트 등 다양한 곳에 광고를 낸다.[사진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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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까지 '오빠'들을 쫓아다니는 '빠순이'에 그쳤던 팬덤은 2010년대 '애미(혹은 애비) 팬'으로 진화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애미·애비'를 자청하며 제 돈 들여 '내새끼(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지칭)' 홍보에 열을 올린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프로듀스 101 등을 통해 '내가 응원을 하면 실제로 뜬다'는게 확인되니까 기획사가 해야 할 홍보 업무까지 팬들이 자기 돈으로 하고 있다"며 "팬 한 명이 한 광고가 눈에 확 들어오면 그걸 본 다른 팬들도 경쟁심리와 의무감까지 느끼며 ‘조공’(팬들이 스타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를 지칭하는 말)과 광고에 매달린다"고 분석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와 그의 딸 강지원씨는 공동 저서 『빠순이는 무엇을 갈망하는가?』에서 팬들이 "스타의 열성 홍보팀 구실을 하는 것은 스타를 위한 것인 동시에 팬덤 공동체의 효용을 위한 것"이라 분석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성공할수록 팬들의 세력과 만족감도 커진다는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는 "일부 팬들이 '스타메이커' 역할에 빠져 조공 문화가 과열되고 있다. 스타들이 이를 악용하거나 일그러진 팬 문화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이현 기자 lee.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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