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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남성의 입 훔친 볼베르, 여성 취향 저격한 에고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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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템프라니요 와인 36종 비교

돈키호테 무대 라만차서 온 볼베르

우직하고 순수한 맛에 강건한 느낌

에고메이는 부드럽고 체리향 은은

중앙일보

‘와인의 성지’는 프랑스지만 세계 최대의 포도 재배 면적을 자랑하는 나라는 따로 있다. 스페인이다. 스페인 와인은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물론 칠레·호주 등 신대륙 와인에 비해서도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스페인 와이너리들은 세계 와인 생산량 3위를 기록할 만큼 우직하고 묵묵하게 자신만의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앙일보 ‘와인 컨슈머리포트 시즌3’의 여섯 번째 주제는 5만원 이하의 템프라니요(Tempranillo) 품종 와인이다. 비교적 부담 없는 가격에 스페인 와인의 특징을 잘 살린 와인을 추린 것이다. 템프라니요는 강렬한 루비 빛을 띠는 스페인의 토착 포도 품종이다.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에서도 일부 생산되지만, 스페인이 원산지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면서도 적당한 향과 산도를 지녔다. 다양한 품종과 블렌딩해 와인을 만든다. 프랑스에 레드 와인의 주 품종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 있다면, 스페인엔 템프라니요가 비슷한 위상이다.

총 36종의 와인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평가에서 전문가와 일반인 톱5에 든 와인 중에 2개가 겹쳤다. 전문가 1위(88점)를 차지한 볼베르(Volver)는 일반인 2위(84.9점), 전문가 2위(86.4점)를 차지한 에고메이(Egomei)는 일반인 3위(84.5점)에 올랐다. 하지만 두 와인은 성별에 따른 선호도가 갈렸다. 일반인 중 남성 참가자는 볼베르를, 여성 참가자는 에고메이를 최고의 와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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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베르는 스페인어로 ‘돌아오다’, ‘귀향’의 의미다. 스페인 와인을 소개하며 주로 미국에서 사업을 펼치던 사업가(호르헤 오르도네즈)가 고향인 라만차로 돌아와 현지 업체와 손을 잡고 2003년에 만들어낸 와인이다. ‘고향의 맛’을 내세운 만큼 100% 사람 손으로 포도를 수확하며, 친환경 철학을 바탕으로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만차 지역은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배경이기도 하다. 우직하고 순수한 돈키호테가 싸운 풍차가 있는 언덕. 이 드넓은 고원이 라만차다. 볼베르는 돈키호테의 우직하고 순수한 맛을 닮았다. 전문가 평가에 참여한 베라짜노 예창호 소믈리에는 “힘있고 강건한 느낌의 와인”이라고 정의했다.

볼베르에 비해 에고메이는 좀 더 부드러운 맛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똑같이 템프라니요 100%로 만들어졌지만 풍부한 특유의 체리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맛은 부드럽지만 향은 그윽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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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와인을 제외하곤 전문가와 일반인 평가가 엇갈렸지만 대체로 저가 와인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평가 대상 와인 중 가장 저렴한 5종(3만원 이하)은 두 집단 모두 톱5에 꼽지 않았다. 대신 4만원 이하(15종)와 5만원 이하(16종)가 각각 2종, 3종으로 비슷하게 포함됐다.

입상 와인 중 가장 저가 와인은 일반인 참가자가 1위(85.4점)로 뽑은 파소 아 파소 템프라니요(Paso a Paso Tempranillo)였다. 3만원 중반대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르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 김지형 총괄매니저는 “어떤 장소와 상황일지라도 실패할 수 없는 와인”이라며 가성비를 높이 평가했다.

◆어떻게 평가했나=지난달 27일 서울 등촌동 썬프리모 레스토랑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했다. 최태호(부산가톨릭대학교 와인 마스터 소믈리에 교육원 교수 ), 백창인(와인컨설턴트), 김시보(와이스파치오 소믈리에), 장양수(한국소믈리에협회) 등 10명이 전문가 평가단으로 참여했다. 중앙대 교양학부 와인강좌의 손진호 교수 외 수강생 20명은 일반인 심사위원(100명)으로 참석했다. 기본평가 항목(색·향·맛·밸런스) 75점에 확장평가 항목(전문가 추천·일반인 구매의사) 25점을 더해 100점 만점으로 했다.

다음 7회 주제는 ‘이탈리아 와인의 자존심’ 5만~10만원 이하의 토스카나 와인이다. 품평회는 다음달 15일 오후 7시 썬프리모에서 진행된다. 참가를 희망하면 http://show.winenabi.com으로 등록하면 된다. 참가비는 1만5000원이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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