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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친구 노무현 앞에 선 대통령 문재인, '모든 국민 위한'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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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으로 이 자리 참석 오늘이 마지막"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을 마치고 추모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7.5.2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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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사람은 친구를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고,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입니다"(노무현 전 대통령, 2002년 16대 대선 민주당 부산선거대책본부 출범식에서)

'노무현의 친구'이자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직후인 지난달 4일 이후 49일만이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상주' 역할을 한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추도식에 빠지지 않았다. 다만 현직 대통령으로의 참석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과 '평생의 지기'가 될 노 전 대통령의 운명적 만남은 1982년 부산에서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사법시험 차석, 사법연수원 차석 졸업을 했지만 시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에 좌절된 뒤였다. 그는 사법고시 동기의 소개를 받아 부산에서 인권변호사로 일하던 노 전 대통령을 찾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만난 당일 바로 같이 일하기로 결정했다. 노무현·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 간판을 내걸고 의기투합, 지역 시국사건을 도맡은 두 사람은 동지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보다 일곱 살이나 많고 고시도 5년 위인 '대선배'였지만 그를 늘 '친구'라고 했다. 이후 알려진 것처럼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정계로 '잡아끌었다'.

지난 2003년 1월 참여정부 첫 민정수석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은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으로 끝내겠다" "정치하라고 하지 말라"는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으나 모두 지켜지지 못했다.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과 시민사회수석, 다시 민정수석, 마지막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며 결국 노무현정부 5년 대부분을 청와대에서 일하며 보냈다. 치아 10개를 잃은 것도 이때였다.

그런 그를 정치의 길로 이끈 건 지난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서거였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그를 만나지 않았으면 적당히 안락하게, 그리고 적당히 도우면서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고 술회했다.

또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

노 전 대통령 추모 열기 속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중심으로 인 '문재인 대망론'에 끝내 그는 2012년 6월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야권 단일주자가 됐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그랬던 그가 재수 끝에 9년 만의 '승전보'를 들고 추도식에 자리한 것이다.

대선 당시 "정권교체 뒤 추도식에서 '이제 편히 쉬십시오. 못다 이룬 꿈 제가 다 하겠습니다. 다시는 정권 뺏기지 않고 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여기 자랑스런 후배들이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던 그는 이날 그 약속을 지켰다.

추도식에서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으로 운을 뗐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님도 어디에선가 우리 가운데 숨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꾼 노 전 대통령의 이상이 결국 현실에 꺾이는 과정과 함께, 생의 마지막까지 목도한 그는 이를 "이상은 높았고 힘은 부족했다.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다시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다만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저의 꿈은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라고 강조한만큼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을 지지한 국민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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