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첫 선 보인 자체신용도…"변별력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평가대상 64개 중 4개만 신평사 의견 달라

높은 기대 속 공개했지만 차별화없는 평가

SRE 설문에서도 `업무 도움` 37%에 그쳐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올해부터 선보인 금융회사 자체신용도가 신용평가회사 3사간 차별화 없이 획일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가 23일 금융위원회와 국내 3대 신용평가사 자료를 종합한 결과 신평사간 자체신용도 분석이 다른 경우는 단 3건에 불과했다. 자체신용도는 정부나 모(母)기업·계열사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을 배제하고 개별기업의 독자적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로 회사채시장에 다양한 투자위험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대형 신용사건 발생 시 시장충격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금융위원회도 이러한 순기능을 인식, 작년 9월 신용평가시장 선진화방안을 통해 올해 민간금융회사부터 자체신용도를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신평3사가 발표한 자체신용도 공시현황을 분석한 결과, 평가사별로 변별력 없이 약속이나 한 듯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신평3사는 올 1분기 64개 금융회사의 자체신용도를 공개했다. 이중 최종등급과 자체신용도가 같은 곳이 13개(20.3%), 1노치 차이는 47개(73.4%), 2노치 차이는 4개(6.3%) 였다.

최종등급과 자체신용도간 1노치 이상 차이나는 금융회사 가운데 평가사별 자체신용도 결과가 다른 곳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씨티은행, 한국캐피탈, 하나자산신탁 뿐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자체신용도는 △한기평 AA-(괄호안 최종등급 AA+) △한신평 AA(AAA) △NICE신평 AA(AA+)이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최종등급과 자체신용도 차이를 동일하게 2단계로 평가했지만 출발점(자체신용도)이 다르다. 한국씨티은행 자체신용도는 △한기평·한신평 AA(AAA) △NICE신평 AA+(AAA)이다.

군인공제회 계열 여신전문금융사 한국캐피탈의 자체신용도는 △NICE신평 BBB(A-) △한신평 BBB+(A-)로 NICE신평이 최종등급 대비 2노치 차이를 둬 보수적으로 평가했다.하나금융지주 자회사 하나자산신탁의 자체신용도는 △한신평 BBB+(A) △한기평 A-(A)로 한신평이 2노치 격차를 벌렸고 한기평은 1노치 차이만 뒀다. 이들 4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자체신용도가 최종등급과 같거나 1노치차이로 동일한 경우여서 신평사간 의미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이데일리가 지난 4월 회사채시장 전문가 1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용평가 전문가설문(SRE) 결과 민간금융회사 자체신용도가 본인 업무에 도움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37.1%(56명)에 그쳤다. 절반에 육박하는 73명(48.3%)은)은 ‘보통 수준’이라고 답했고, 22명(14.6%)은 ‘도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SRE 평가지표인 5점 척도로 환산하면 3.25점인데 이는 다른 등급신뢰도·보고서·트리거 등 다른 설문항목 평점보다 현저히 낮은 점수다.

자체신용도 많은 기대 속에 공개됐음에도 이렇다 할 변별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회사채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수준도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 채권매니저는 “대부분 1노치 내 차이여서 평가사별 차별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자체신용도 공개대상에 공기업을 제외하고 일반기업도 점진적으로 실시키로 한 점도 정보유용성을 떨어뜨리는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