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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해체 직면' 안전처, 경동시장 인근 화재에 발빠른 재난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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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안내 필요" vs "과도한 반응"…엇갈리는 주문에 고민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23일 아침 출근길 발걸음을 서두르던 일부 서울 시민들은 국민안전처가 보낸 긴급재난문자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민안전처는 이날 오전 7시55분께 '경동시장 내 화재가 발생했으니 인근 상가주민은 안전에 유의하고 주변도로 이용차량은 우회하라'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이 화재는 7시33분께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경동시장 인근 유사시장의 한 채소 가게에서 발생, 인근 가게 9곳을 태우고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행히 화재는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연기가 많이 났고 출근 시간 교통 상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고 안전처는 설명했다.

국민안전처는 그간 긴급재난문자 발송 여부를 두고 여러 차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때에는 9분이 지난 뒤에야 재난문자를 발송해 대응이 늦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달 초 강원도 강릉·삼척 등에 큰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해당 지역 일대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은 것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소관 업무 중에서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긴급재난문자를 두고 잡음이 이어진 것은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로서 안전처의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해체론'을 키우는 빌미가 됐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준비하는 정부조직개편에서 안전처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안전처 내부에 편입됐던 해경청과 소방방재청을 독립시키고, 안전정책 등 나머지 업무는 행정자치부와 다시 통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날을 예견하기 어려운 뒤숭숭한 상황에서 이날은 발 빠르게 재난 발생을 알렸으나, 부처의 운명과 별도로 긴급재난문자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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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라는 특성상 불특정 다수에게 발송되기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함을 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날 문자 발송 이후에도 SNS 등에서는 "경동시장에 불이 났는데 왜 내가 문자를 받아야 하느냐"며 과도한 반응을 한 것 아니냐는 불만의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안전처에 따르면 이 문자는 동대문구를 대상으로 발송됐다.

그러나 해당 문자를 보내는 이동전화 기지국의 범위에 따라 종로구나 성북구, 중랑구 등 인접 지역으로도 발송될 수 있다. 이 경우 경동시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문자를 받고 놀랄 수 있다.

실제로 한 번 긴급재난문자를 보내고 나면 안전처에는 "불필요하게 문자를 보내 사람을 놀라게 하느냐"는 항의가 수십 건씩 빗발치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이란 것이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를 예상할 수 없다 보니, 불필요한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문자를 자제했다가 지난 강릉 산불처럼 규모가 커지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안전처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가장 먼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기관에서 직접 문자를 발송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상시로 검토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설명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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