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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국내 벤처캐피탈, '유니콘' 찾아 동남아 투자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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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캐피탈(VC)들이 유망 투자처를 찾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으로 팔을 뻗고 있다.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면서도 인터넷·모바일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잠재력이 큰 신생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현지 VC들이 현지 정보를 제공하면 국내 VC들이 이를 바탕으로 해외 LP(출자자)를 끌어오는 등 각기 역할과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협업이 강화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 동남아로 몰려가는 국내 VC들, “시장 선점하자”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일본 VC인 ‘사이버에이전트’ 인도네시아 지사의 유정호 부사장을 투자본부로 영입했다. 사이버에이전트는 동남아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는 글로벌 VC 중 하나다.

한투파트너스는 유정호 수석팀장을 내세워 캐시트리, 세일스탁, 큐레이브드(Qraved) 등 인도네시아 현지 스타트업과 베트남 게임 퍼블리싱 업체 아포타에 투자를 단행했다. 현재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3곳의 스타트업 투자를 계획중이다.

현지 정보가 부족한 직접 투자보다는 간접투자를 선호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의 VC인 테마섹 계열의 ‘버텍스홀딩스(Vertex Holdings)’가 만든 동남아 펀드에 올해 초 한화생명이 출자한 데 이어 현재는 네이버와 국내 한 대형VC가 출자를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버텍스홀딩스는 동남아의 우버인 ‘그랩(Grab)’, 출산율이 높은 인도 시장에 아기 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퍼스트크라이(First cry)’ 등 성장 유망 스타트업 20여곳에 투자를 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의 한 VC는 아예 인도네시아 현지 대기업과 공동 운용(Co-GP) 펀드를 만드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 VC 관계자는 “6월 말 정도 현지 기업과의 협의를 마무리 짓고 운용자금을 확보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시장 전반의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테크크런치(www.techcrunch.com) 제공



◆ ‘유니콘’ 출몰하는 동남아...“성장 잠재력과 엑시트 기회 풍부”

이처럼 국내 VC가 동남아시아 시장에 크게 주목하고 있는 배경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잠재력과 가능성이 크게 열려있기 때문이다.

유정호 한투파트너스 수석팀장은 “동남아 시장은 미개척 분야가 많은데 우리나라처럼 모바일, 인터넷을 바탕으로 산업이 확대되고 경제 성장률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투자 자금 유입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벤처·스타트업이 완전한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이른바 ‘유니콘’이 속속 등장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오토바이 배달 서비스 ‘고젝(Go-Jek)’,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토코피디아’, 여행 플랫폼 ‘트래블오카’ 등이 그 예다. 말레이시아에서 출발해 동남아의 ‘우버’로 성장한 ‘그랩(Grab)’도 있다.

국내 VC 관계자는 “동남아 현지 VC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올 역량은 없지만 현지 정보에 능통하고, 반면 우리나라 VC의 경우 현지 정보는 없지만 LP를 끌어올 수 있어 서로 역할을 확실하게 맡아 이해관계를 형성한 것이 투자 확대의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국내 VC 관계자는 “동남아 기업들은 굉장히 초기 시장이라 아직까지 돈을 제대로 버는 곳은 없다”며 “하지만 시장을 선점해 두면 중국의 텐센트 같은 대기업이 동남아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정호 팀장은 “동남아시아는 여러 국가가 근거리에 위치해 지역권으로 움직이는 시장이라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진출할 때 M&A가 일어나는 등 각 분야에서 1등 기업의 인수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동남아 시장의 자본시장 개방성도 높아지고 스타트업 육성 제도도 개선되고 있어 긍정적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우리나라의 코넥스와 같이 제3의 스타트업 시장을 열어주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다, 최근 동남아 전반의 신규 기업공개(IPO)가 고전사업에서 나아가 기술 기반 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유정 기자(ky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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