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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미 올비재단 "백인役에 흑인 배우 안돼"…'버지니아 울프' 캐스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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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16일 타계한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지난해 9월 사망한 미국의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의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버지니아 울프)' 캐스팅을 둘러싸고 미 연극계에서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비가 생전 설립한 올비 재단은 '버지니아 울프' 속 백인 캐릭터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 하는 것에 반대했다. 이는 연극계에서 수십년 동안 갑론을박이 이뤄진 작품에 대한 원작자의 통제 권한을 둘러싼 논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오리건주(州) 포틀랜드의 연극 기획자 마이클 스트리터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버지니아 울프'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자 올비 재단에서 캐스팅을 취소하고 백인 배우로 교체하라고 명령했다"며 "당연히 거절했고 그들은 (공연할)권리를 빼앗았다"고 밝혔다.

앞서 흑인 배우 데미안 게터가 극중 뉴잉글랜드 대학의 젊은 생물학자 '닉'에 캐스팅됐다. 스트리터는 이어 "올비 재단은 매우 어리석다"며 "지금이 21세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에 샘 루디 올비 재단 대변인은 "스트리터가 연극을 상영할 권리에 대한 상태를 잘못 설명했지만 흑인 배우가 '닉' 역할을 맡는 것에 반대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양측은 오는 11월까지 올비 재단의 캐스팅 승인을 조건으로 '버지니아 울프' 공연권을 논의하기로 돼 있었다.

루디 대변인은 스트리터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올비가 '닉'을 코카서스인(백인)으로 설정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닉의 금발 머리와 푸른 눈은 작품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또 "올비가 '버지니아 울프'에 대한 수정 요청을 받았을 때 백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이의 결혼이 인정받지 못했던 1960년대 상황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1963년 토니상을 받은 올비의 '버지니아 울프'는 무능력한 대학 교수 '조지'와 대학 총장의 딸 '마사' 부부의 이야기다.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젊은 부부 '닉'과 '허니'를 초대한 밤의 이야기를 담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 등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으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올비는 생전 캐스팅에 대한 원작자의 승인을 주장하면서 연극 제작을 엄격하게 통제하기로 유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 책 '올비 인 퍼포먼스'에서 '마사' 역할에 흑인 여배우가 캐스팅 되는 것에 대해 "(극중 대학이) 흑인 대학이냐"고 반문하면서 "백인이 다니는 대학에 흑인 총장이 있을까. 별로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2002년 열린 오리건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는 '마사' 역할에 흑인 여배우 안드레아 프라이 캐스팅을 승인하기도 했다. 당시 프로듀서를 맡았던 팀 본드 워싱턴대학교 교수는 "극을 올리기 전에 올비에게 배우들의 프로필을 보냈었다"며 "'버지니아 울프'는 인간에 대한 극이며 어떤 사람이라도 그 역할 중 하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트리터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올비 재단이 이런 결정을 내린 동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올비에 대한 어떤 충성심일 터"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올비 생전의 부정적인 측면이 그와 함께 죽기를 바랐다"며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우를 '닉’에 캐스팅 하는 것의 단점보다 장점이 크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빌 로치 오리건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의 예술감독도 "고전 연극의 감독으로서 고전을 여러 방면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하게 믿는다"며 "(작품에 대한) 변형은 창의적이고 포괄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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