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인터뷰]김정균 "뇌성마비 장애인 役 몰입, 어금니 파절+목 디스크"

배우 김정균 / 투썸업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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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성선해 기자] 배우 김정균이 '지렁이'로 돌아왔다. 그는 왜 몸도 힘들고 마음도 무거운 배역을 자처했을까.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소망 때문이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지렁이'(감독 윤학렬/제작 미디어파크)는 청소년 성범죄 피해를 입은 딸 자야(오예설)를 둘러싼 진실을 밝히고자 울부짖는 장애우 원술(김정균)의 외침을 통해 청소년 성범죄 문제와 장애인 차별까지 대한민국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극 중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등장하는 김정균은 촬영 내내 몸과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살았다. 섬세한 결이 느껴지는 그의 연기는 배우 김정균의 재발견이라 할만하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아닌 다른 분들은 더 잘했을 거다"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배우는 남의 삶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건 결국 모방이자 재창조다. 하지만 잘못 따라 했다가는 흉내내는 것에 그친다. 특히나 원술 역은 실제 장애인들에게 누를 끼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다행히 나는 조언을 구할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가 있었다. 그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조심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원술 역은 원래는 뇌성마비가 아닌 청각장애인 설정이었다. 하지만 김정균이 설정을 바꾸자고 윤학렬 감독을 설득했다고. 그는 "수화로 이야기를 하면 관객들이 보기에 불편할 것 같더라. 마침 내가 20년 전에 드라마에서 비슷한 역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걸 한 번 보라'고 했지. 윤학렬 감독이 무릎을 '탁' 치면서 '이걸로 바꾸자'고 하더라"고 비하인드를 설명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원술 역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후유증이 생기기도 했다고.

영화 '지렁이' 스틸 / 투썸업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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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렁이' 스틸 / 투썸업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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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을 연기하려면 턱을 비틀어야 한다. 그럼 윗어금니와 아래 어금니가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 상태에서 분노하는 연기를 하니 치아가 파절이 되더라. 치과에 가니 의사가 '놓아두면 염증이 생긴다'고 하더라. 그래서 결국 발치를 했더니, 치아가 양쪽으로 갈라져 있더라. 거기에 목 디스크까지 와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협착증이 걸렸다고 하더라."

갖은 고생을 하며 원술을 연기한 김정균. 이는 '지렁이'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원술과 자야의 삶은 결국 대한민국 사회를 사는 소수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일개 연기자"로 표현한 김정균은 혁명적 투사 역할을 하고픈 욕심은 없다고 했다. 다만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에는 몸을 사리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란 질문을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던지고 싶다"라며 "배우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체력이 허락하는대로 건강한 작품을 만들어, 감화를 줄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배우 김정균 / 투썸업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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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는 장애인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음지에 있던 이들이 주인공인 사회고발적인 영화다. 장애인과 학교 폭력, 성폭력의 피해자도 똑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근데 그걸 소수라고 방관하면 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아닌가.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다뤄야 한다. 그건 다 사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영화 '도가니'가 그랬듯이 '지렁이'를 통해 관련 법이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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