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도서관 옥상에서 내려다 본 서울광장의 모습. 탄기국 측은 98일째 서울광장을 무단점거하고 있다. 서준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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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찾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1만 3207㎡)에 작은 푯말들이 세워져 있었다. 푯말에는 “잔디가 뿌리를 내리는 중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푯말은 서울광장 일부에 설치된 40여 동의 텐트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가 무단 설치한 텐트 자리에는 잔디를 심지 못하게 되면서다.
잔디밭과 텐트촌의 경계선은 더 뚜렷해졌다. 서울광장 인근 빌딩 위에서 내려다보면 잔디밭과 텐트촌의 경계와 보행로 등이 마치 머리에 생긴 ‘땜통’처럼 기이한 모양이 됐다.
이처럼 올해 서울광장의 잔디 식재 작업은 기묘한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평년보다 늦게 잔디를 깔기 시작하면서 잔디를 밟지 말아야 하는 보호 기간도 늦어졌다. 보호 안내 푯말은 탄기국의 텐트를 둘러싼 모습이 됐다.
서울시는 29일 열리는 탄기국 측의 집회시위로 새로 심은 잔디가 훼손될까 우려하고 있다. 시는 집회 참가자들이 잔디밭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최 측에 협조요청 공문도 보냈다. 집회 관리와 잔디 보호 등의 업무가 겹치면서 경찰 병력 외에 청원경찰 15명을 매주 토요일 추가 배치했다.
지난 22일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의 유세에 참가한 일부 사람들이 잔디밭에 들어갔다가 제지를 받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일주일 사이 잔디 식재 작업이 더 진행돼 집회 참가자들이 설 공간이 줄었다. 안심할 수 없다”라고 했다.
서울시가 잔디 관리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올해 잔디 식재가 다른 해보다 한 달여 늦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3월에 잔디를 심어 4월부터 열리는 각종 문화행사가 잔디밭에서 열릴 수 있었다.
탄기국 텐트가 서울광장을 무단 점거하면서 광장 활용에 애를 먹게 된 서울시는 잔디 식재를 더 늦출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지난 12일부터 잔디를 심기 시작했다. 한창 봄 행사가 열릴 시기에 잔디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하는 기간(통상 5주)과 맞물리게 됐다.
일주일이면 끝나던 잔디 식재 작업은 16일이 지난 28일 현재 70%수준에 머물러 있다. 시민단체와 지자체 등이 광장에서 진행하려던 행사 20여 개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던 탄기국 측은 지난 1월 21일 서울광장에 자리를 잡은 뒤 98일째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탄기국 측은 탄핵심판 이후 “세월호 텐트가 광화문 광장에서 철거하면 우리도 자진철거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탄기국 측에 4차례에 걸쳐 광장 무단사용에 따른 변상금 4001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탄기국 측은 1차 부과분 949만원 가량을 납부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광장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불법적으로 점거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계도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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