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기업 A사는 최근 베트남에 법인을 세우기로 하고 본격적인 정보 수집에 나섰다. 하지만 첫 해외 진출이다 보니 세금 이슈부터 현지 인력 운영 등에 대한 정보가 전무해 고민에 빠졌다. 결국 주거래은행에 도움을 요청했고 신한은행은 A사를 위해 베트남법인에 가장 적합한 임금 구조를 대신 짜주고 현지 세법에 맞춘 세제 관련 종합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했다. 덕분에 A사는 최근 베트남법인 설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사들이 될성부른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각종 노무·세무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를 이어 기업 경영에 뛰어드는 중소기업 2세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가업 승계도 지원 대상이다. 최근에는 핀테크 사업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건실한 중소·중견기업을 확보해 안정적인 영업망을 구축하는 한편 금융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핀테크 기술을 갖춘 신생기업을 기업고객으로 선점하기 위해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회계사, 세무사, 경영컨설턴트 등 전문가 10명을 모아 만든 기업컨설팅팀을 구성해 기업고객에 창업부터 성장기, 향후 기업공개(IPO)까지 생애주기에 따른 맞춤형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A사처럼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해외 20개국에 진출한 은행 법인과 지점 등을 활용해 현지 시장조사부터 세금과 리스크 관리 서비스까지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팀이 출범한 뒤 현재까지 컨설팅을 제공한 기업만 37곳에 달한다. 2세 경영자에게 최적의 절세 방안과 효과적인 승계 전략을 알려주는 차세대 오너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MIP)을 통해 출범 첫해인 지난해 수료자 200명을 배출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250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1인 사장님'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사당동 센터까지 서울에 소호(SOHO) 창업지원센터 5곳을 열고 지역 입지와 상권 분석, 창업 트렌드부터 창업 절차, 필요한 인허가 사항과 사업 계획까지 알려주는 컨설팅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등 전문인력을 통한 자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민은행과 거래 관계가 없더라도 서울에서 자영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면 '누구나'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수출입 기업에 절실한 환리스크 헤지 등 외국환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환 컨설팅센터를 가동 중이다. 외화를 다루는 기업을 새롭게 고객으로 확보하는 한편 기존에 거래를 튼 중소·중견기업은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외국환거래법과 시행령, 해외 직접투자 방법, 신용장 작성 노하우 등 알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사의 기업 키우기가 활발한 또 다른 분야는 핀테크다. 신한금융그룹(퓨처스랩), KB금융(KB스타터스밸리), 하나금융그룹(원큐랩), 우리은행(위비핀테크랩) 등이 모두 핀테크기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유망 스타트업에 사무실과 사업비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보험사 최초로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핀테크센터를 열고 현재 이곳에 입주할 2기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있다. 블록체인, 챗봇(Chatbot), 빅데이터 분석 등 분야별 신기술을 보유한 유망 신생기업을 선정해 사무실을 무료로 빌려주고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퓨처스랩 1·2기 과정을 거친 기업 23곳에 58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금융사들이 기업 키우기에 주력하는 것은 기업을 주요 고객 또는 핵심 협력사로 잡아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기대해서다. 신한은행에서 베트남법인 컨설팅을 받은 A사는 이를 계기로 현지 공장 설립에 필요한 금융 조달과 외화 수신을 모두 베트남 신한은행을 통해 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키운 핀테크기업 레드벨벳벤처스는 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과 손잡고 통합보험관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이며 신한지주 퓨처스랩 2기 기업인 DNA의 로보어드바이저 노하우는 신한은행의 로보 자산관리 서비스 엠폴리오에 탑재됐다. 업계 관계자는 "적은 비용으로 자연스럽게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은행이나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하기 힘든 정보통신기술(ICT) 개발도 스타트업 지원을 받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