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폭행 우려에 대한 우려만으로 복역 중인 수형자를 수갑과 포승줄로 결박한 채 조사하는 행위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고소인 진술만으로 피고소인을 긴급체포한 것도 신체의 자유 침해라고 봤다.
인권위는 “도주할 수 있다는 막연한 추측만으로 수형자에게 수갑과 포승줄을 채운 채 조사하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 판단했다고 28일 밝혔다.
교도소에 수용중이던 ㄱ씨는 2015년 7월 교도소장과 교도관을 고발했고, 그해 11월 대구지검 소속 한 지청에 고발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ㄱ씨는 수갑과 포승줄을 풀어달라고 요구했음에도 검찰이 이를 듣지 않아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검찰 수사관은 “ㄱ씨는 고발인 신분이라 방어권과 무관하고 당시 강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조사실 안에서는 오가는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기 어려워 도주 위험이 높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조사 받는 사람은 신체적·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출입문을 걸어 잠그는 등 수갑과 포승줄보다 완화된 방법으로 도주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또 “다른 구체적인 근거 없이 고소인의 주장만으로 피고소인을 긴급체포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했다.
ㄴ씨는 지난해 5월 사기 혐의로 피소당한 당일 새벽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ㄴ씨는 이같은 긴급체포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경찰은 “새벽에 경찰서를 찾아온 고소인들을 조사한 결과 9000만원에 이르는 피해규모가 심각했다”며 “ㄴ씨의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피소 사실을 알면 즉시 도망칠 가능성이 높아 긴급체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경찰은 고소인들만 조사하고 영수증 등 증거자료나 참고인은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고소인 진술서만으로 ㄴ씨의 범죄와 증거인멸· 도주 우려 가능성을 판단해서는 긴급체포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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