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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문화센터 지존 쿠킹클래스 제친 `집 꾸미기`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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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트렌드의 '바로미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홈 가드닝·인테리어 등 집 꾸미기 강좌가 그동안 독보적 인기를 얻어왔던 요리 강좌를 제쳤다.

28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 봄학기 문화센터 강좌 가운데 홈 가드닝·인테리어 관련 강좌의 비중은 13%에 달했다. 지난해 봄학기 불과 4%였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확대된 것이다. 반면 쿠킹클래스는 지난해 15%까지 상승했던 것이 올해는 9%로 6%포인트가 줄어들었다.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홈 가드닝·인테리어 관련 강좌 수가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홈 가드닝·인테리어 강좌의 신청자 수 역시 지난해 봄학기에 비해 25% 가량 늘었다. 반면 지난해 '대세'로 꼽혔던 쿠킹클래스 관련 강좌 수와 신청건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롯데백화점도 문화센터에 홈 가드닝·인테리어 관련 강좌를 크게 늘렸다. 이번 봄 학기 들어 홈 가드닝·인테리어 관련 강좌 수강생 수가 지난해에 비해 12% 가량 늘어나는 등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 간 백화점 문화센터의 대표 인기강좌는 단연 쿠킹클래스였다. 요리 관련 TV 방송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등 소비자들의 관심이 먹는 것으로 옮겨갔던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홈 가드닝·인테리어 관련 강좌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백화점 문화센터 관계자는 "과거 30대 여성에 국한됐던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20대·40대로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직장인들이 수강 신청자들 가운데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집 꾸미기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소비자들의 소비트렌드가 과시형에서 자기만족형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먹거리에서 인테리어나 홈가드닝 등 '집 꾸미기'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사가 의·식·주 단계로 넘어간다는 통설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차를 바꾸고, 2만달러 시대에는 집을 바꾸고, 3만달러 시대에는 가구를 바꾼다'는 말이 있듯, 현재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구·생활소품 등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3년 10조원 규모였던 국내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2018년 13조원, 2023년에는 18조원까지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오세조 연세대 교수는 "외부에서 활동하고 과시하는 것을 중시했던 시대에는 명품이나 자동차 소비에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외부 활동보다는 자기 자신의 생활을 더 중시하고 있다"며 "주어진 공간에서 더 즐거운 삶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비력을 갖춘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집을 꾸미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에 쇼핑몰·백화점·대형마트들은 일제히 라이프스타일 관련 매장에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스타필드 하남에 3300㎡(1000평)규모로 문을 연 '메종 티시아'는 가구에서 주방용품, 식기, 침구, 욕실용품, 가든, 조명 등 집안을 다채롭게 꾸밀 수 있는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글로벌 홈퍼니싱 브랜드로 꼽히는 '윌리엄스 소노마' 매장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윌리엄스 소노마는 해외 7개국에 진출해있는데, 아시아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오픈 준비중인 현대시티아울렛 가든파이브점에 첫 매장을 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윌리엄스 소노마 상품 7000여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오세조 교수는 "새로운 집을 구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가정은 꾸미기에 따라서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유통업체들이 다양한 매장을 오픈했거나 오픈할 예정인 만큼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혀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홈쇼핑 업계도 화장품·패션에 비해 미미하던 인테리어 용품 비중을 높이고 있다. CJ오쇼핑에서 올해 1~3월 시공 관련 상품 방송시간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 급증했다. 상품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초에는 옷장과 주방 시공 위주로 방송을 했지만, 올해는 욕실 시공, 벽지, 바닥재 리모델링 제품까지 카테고리가 늘었다.

임정현 CJ오쇼핑 생활사업팀 부장은 "SNS를 통해 자신이 꾸민 집을 뽐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홈쇼핑을 통해 인테리어 상품을 구매하면 시공업체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고, 홈쇼핑 특성상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홈쇼핑도 한샘 부엌가구 시공, 보쉬 전공공구, 케어렉스 백금 홈케어 세트 등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고있다. 한샘 부엌가구 경우 월 2~3회 방송을 할 정도로 현대홈쇼핑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있다. 한시간 방송당 약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게 현대홈쇼핑 측 설명이다.

[최승진 기자 /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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