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MK포커스] 잘 뽑고 잘 도와 만든 NC의 외인 성공신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에릭 해커(34), 제프 맨쉽(32), 재비어 스크럭스(30). 2017시즌 NC 다이노스의 빛나는 외국인 선수 라인이다. 2013시즌부터 장수 외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해커를 필두로 새 얼굴인 맨쉽, 스크럭스가 투·타 에이스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가 성적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KBO리그서 이들은 NC가 잘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 미국에서는 NC가 ‘역수출’한 에릭 테임즈(밀워키)까지 잘나가고 있다. 4월에만 벌써 11개의 홈런을 퍼부으며 밀워키의 4월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상대팀에서는 약물을 의심할 정도의 대폭발이다. 다시 찾은 메이저리그 첫 해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매일경제

투·타 에이스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맨쉽과 스크럭스. 사진=MK스포츠 DB


◆맨쉽-스크럭스 동시 성공, 올해도 대박

올 시즌까지 외국인 선수 대박 행진이 이어졌다. ‘믿고 보는 NC 외국인 선수’라는 수식어도 아깝지 않다. 많은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에 울상 짓는데, NC는 매년 효자 외국인 선수들이 팀의 기둥이 되고 있다.

2013시즌부터 올해까지 5시즌 동안 통산 115경기 46승 27패 평균자책점 3.50(719이닝 280자책)을 기록 중인 해커는 여전히 잘 나간다. 올해도 4경기 2승 평균자책점 2.31(23⅓이닝 6자책)으로 믿음직하다.

에이스 중책을 맡겼던 맨쉽은 확고한 에이스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5경기 5승(공동 1위) 평균자책점 1.72(31⅓이닝 6자책) 퀄리티 스타트 5회(공동 1위) WHIP 0.99 탈삼진 29개(4위)로 그의 등판은 곧 팀 승리라는 공식이 새롭게 세워지고 있다.

테임즈의 대체자로 기대와 부담을 동시에 업고 시즌을 시작했던 타자 스크럭스는 27일 기준, 22경기 타율 0.320 8홈런(2위) 18타점(6위) OPS(출루율+장타율) 1.151(4위)로 뜨겁다. 이제 테임즈의 공백을 떠올리는 이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테임즈의 작년 4월과 비교해 보면 경기 수에는 차이가 있지만 스크럭스가 더 잘하고 있다”면서 출루율을 고무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이 위원은 “외국 리그에서 뛸 경우 투수들에 적응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볼넷이 많다는 것은 볼을 잘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여기에 처음에는 장타력이 약하다고 했지만 이제는 장타까지 터지면서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출루율을 기본으로 장타까지 겸비되면서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고 바라봤다.

맨쉽에 대해서는 “일단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우타자에게 굉장히 먼데, 스트라이크를 잡아주지 않나. 거기에 몸 쪽도 잘 던져서 유리하다”고 봤다. 이 위원은 “볼이 빠르고 제구도 되고, 변화구가 한두 개 정도 빠진 것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니 타자들이 대처하기 어렵다”고 맨쉽의 활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일경제

NC에서는 이례적으로 180만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영입한 맨쉽. 몸값에 걸맞은 활약으로 시즌 초부터 순항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잘 뽑는다=데이터·스카우팅으로 만든 치밀한 교집합

NC의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은 치밀하다. 우선 KBO리그에서 그동안 성공했던 외국인 선수의 유형을 분석해 항상 리스트업한다. 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원하는 선수를 합쳐 후보군을 짠다. 이 과정에는 감독, 투수코치 등의 의견도 포함된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데이터팀’이다. 다른 9개 구단에는 없는 특별한 존재다. 본사 직원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는데, 다이노스 구단 소속 직원으로 판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데이터팀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데이터 분석(스포츠 데이터 전문가)과 스카우팅(해외 스카우트)이다. 해외 스카우트는 한국에 있을 때는 영상을 통해, 여름 즈음에는 미국으로 출국해 몇 달 동안 현지에서 선수들을 살펴본다. 나머지 한국에 있는 팀원들은 데이터를 검토해 교집합을 만들어간다.

데이터팀이 보유한 외국인 선수 자료는 방대하다. 임선남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트리플A의 모든 선수는 항상 레이더에 넣고 있다고. 또한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선수들까지도 전부 파악하고 있다. 새 시즌이 시작되면 새로운 데이터가 생기므로 업데이트 해가는 과정이 매년 반복된다.

이후 어떤 면을 중점적으로 검토하는지는 ‘영업비밀’이지만, 임 팀장은 데이터-스카우트가 양립하는 체제에서의 팀워크를 한 가지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우 훌륭한 선수일 경우에도 해외 스카우트가 직접 보고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포기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판단을 믿고 존중하는 것이다. 이는 두 영역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은 선수를 영입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또 하나 매번 명심하는 것은 최우선 목표가 대박일 수는 없다는 점이다.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한국에 와서 실패하지 않을 만한 선수를 찾는 것이 우선적이다.

매일경제

어느덧 테임즈의 빈자리를 잊게 만들고 있는 스크럭스. 사진=MK스포츠 DB


올 시즌 새롭게 NC 유니폼을 입은 맨쉽과 스크럭스의 경우에도 데이터팀의 판단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맨쉽은 월드시리즈 등판 이력이 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 경력이 뛰어났지만, 최근에는 계투 요원으로 기용됐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선발로 뛰어야 한다. 데이터팀은 2015년까지는 선발로 많이 뛰었고, 과거 경험은 몸이 기억하는 부분이 있기에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잘 만들면 충분히 선발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커리어를 보고 판단한 후에는 선수 본인의 의견도 묻는다. 선발로 쓸 생각인데 풀시즌 선발로 뛰는 데 무리가 없을지까지 듣고 영입을 진행했다.

타자 스크럭스는 ‘그 대단한’ 테임즈의 뒤를 이어야 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스크럭스에 대해서 임 팀장은 “MVP를 대체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그런 정도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와서 주전 1루수로서 공격, 수비에서 자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를 찾았다. 또 팀컬러를 생각해 너무 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고려도 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시즌 초반부터 두 외국인 선수의 대박이 증명되면서 성공 신화를 이을 수 있게 됐지만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고 있다. 언제나 위험성이 도사리기 때문이다.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데 첫 번째 어려움이 있다. 스카우트들은 ‘내가 모르는 부분이 또 있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을 언제나 안고 있다. 또 다른 고민은 시장 인플레이션이다. 임 팀장은 “구단과 모기업이 지원을 잘해주지만, 실무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 이렇게까지 질러야 되나 싶을 때도 있다. 몸값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해커는 KBO리그에 완벽 적응, 이제 장수 외인의 길을 걷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잘 돕는다=현장·코디네이터의 존재감

KBO리그에 올 만한 외국인 선수들은 한정돼 있다. 각 구단들의 리스트에도 중복된 선수들이 많다. 이 때문에 협상 전이나 진행 중에 선수를 빼앗고, 어쩔 때는 빼앗기기도 한다. NC 역시 마찬가지였다.

NC는 올 시즌을 앞두고 테임즈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로 조니 모넬을 점찍은 바 있다. kt에 빼앗긴 것이었는데 되레 전화위복이 됐다. 모넬은 부진을 거듭하다 결국 2군행을 면치 못했다. 반면 모넬을 놓치고 영입했던 스크럭스는 팀에 자연스럽게 적응했다. 성격도 활발하고 경기에서 활약도 뛰어나 금세 복덩이가 됐다.

적응 여부가 결과를 갈랐다. 스카우트 과정에서도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해 선수의 태도를 유심히 관찰한다. 현지 네트워크도 많이 활용한다. 미국 지인들이나 구단이라는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선수의 평소 성격을 많이 확인하려 한다. NC가 발굴한 ‘원석’ 테임즈의 메이저리그 성공까지 보면서 NC 에서 깨달은 건 ‘자기계발에 의지 있는 선수를 더 뽑아야겠다’는 것이다. 테임즈처럼 성공해서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확실한 동기를 가지고 있는 선수라면 더욱 환영이다.

본격적인 적응 문제는 이제 다음 단계인 현장 영역으로 넘어간다. 구단에서는 “잘 뽑은 것도 있지만 선수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운영팀, 코칭스태프 등의 기여도 무시할 수 없다”고 파악하고 있다.

매일경제

외국인 선수들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고 밝힌 코디네이터의 존재.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또 하나, 코디네이터의 존재감이다. NC는 2016년 외국인 선수 전담 코디네이터로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은 외국인 패트릭 버고(39)를 영입했다. 아내가 한국인이고, 국내 영문 매체에 한국 야구에 대한 칼럼도 기고하는 등 해박한 지식을 뽐낸다. 코디네이터는 외국인 선수들과 주기적으로 만나고 수시로 통화하는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 통역 담당과는 별개로 문화적 차이나 한국에 정착하는 어려움들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선수들의 반응도 좋다. 맨쉽은 “패트릭은 미국인이고, 아내가 한국인이라 차이점을 정확히 판단하고 있다. 또, 그가 외국인 담당자들과 함께 만든 자료들도 많은 도움이 됐다. 야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준다”고 말했다. 스크럭스도 “한국 생활에 관한 가이드북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내가 경기나 훈련 때문에 야구장에 나와 있을 때 아내에게 문제가 생기면 잘 도와줘 감사함을 느낀다. 전반적으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버고가 코디네이터로 영입되기 전부터 한국에서 지낸 해커는 스스로 경험하면서 깨달은 부분이 많기는 하다. 그런 그도 “두 가지 문화를 동시에 이해 할 수 있고 서로 소통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또, 구단과 소통할 때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chqkqk@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