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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마약으로 숨을 거둔 레인 스탤리의 마약같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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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얼터너티브 4대 천황 '앨리스 인 체인스'

매일경제

[스쿨오브락-3] 2009년 개봉한 터미네이터 4편,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Terminator Salvation)'에서는 인간의 몸을 한 터미네이터가 나온다. 자신이 인간인 줄 알았던 이 터미네이터는 자신이 알고 보니 기계로 개조된 터미네이터인 걸 깨닫고 울부짖는다. 샘 워싱턴이 연기한 마커스 라이트의 얘기다. 그는 영화 상에서 심판의 날(기계에 의한 핵전쟁)이 나기 전이었던 2003년, 스카이넷(기계에 의해 돌아가는 인공지능) 개발을 하던 코건 박사에 의해 본인의 시신을 기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계로 개조된 그는 15년을 혼수상태에 있다가 2018년 깨어난다. 이후 인간군의 대장인 존 코너(크리스찬 베일분)의 아버지 카일 리스(안톤 옐친분)을 만난다. (자세한 시나리오를 얘기하지 않아도 터미네이터 영화를 1편부터 본 독자라면 무슨 말인지 다 이해할 것이다.)

이후 고장난 자동차를 고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헤비한 사운드의 록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커스는 잠시 회환에 젖으며 "과거 형이 좋아했었던 노래"라고 읊조린다. 여기서 나오는 노래가 지금부터 소개할 미국 록밴드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의 '루스터(Rooster)'였다. 중저음의 보컬 레인 스탤리(Layne Staley)의 음울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이곡은 사이키델릭한 연주와 함께 앨리스 인 체인스의 음악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곡이다.

앨리스 인 체인스는 전성기 시절에 시애틀 얼터너티브 4대 천왕으로 유명했다. 다른 3개 밴드는 너바나, 펄잼, 그리고 사운드가든이다. 모두들 1990년 초반 전성기를 누리며 한 때를 풍미했다. 요절한 커트 코베인이 이끌었던 너바나는 록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펄잼 역시 당대 슈퍼스타였다. 다른 밴드인 사운드가든 역시 유려한 멜로디와 크리스 코넬의 절창으로 유명했다. 시애틀 얼터너비스 신을 대표했던 이들 4개 밴드 중 앨리스 인 체인스는 가장 헤비한 밴드였다. 앨범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갈 수록 사이키델릭한 감수성을 대거 포섭하며 이들의 음악은 환각성을 더해갔다. 사이키델릭(psychedelic)을 우리말로 풀면 '환각상태'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분위기가 특징으로 사이키델릭 록은 '애시드(acid) 록' 혹은 '드러그(drug) 록'으로 불리기도 한다.

앨리스 인 체인스는 1987년 레인 스탤리와, 제리 캔트렐(Jerry Cantrell, 기타·서브보컬), 마이크 스타(Mike Starr, 베이스), 션 키니(Sean Kinney, 드럼)의 4인조로 결성했다.

1990년 8월에 첫 앨범 페이스리프트(Facelift)를 낸다. 여기 실린 '맨인더박스(Man in the Box)'가 주목받으며 흥행의 길을 걷는다. 1992년 9월에 2집 '더트(Dirt)'를 내는데 주옥 같은 곡이 실린 명반으로 꼽힌다. 앞서 얘기한 루스터를 필두로 '앵그리 체어(Angry Chair)', '우드?(Would?)' 등 흥행곡이 줄줄이 담겼다. 빌보드 앨범차트 6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만 앨범이 4백만 장 넘게 팔렸다.

하지만 이 때부터 밴드 내부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멤버 대부분이 마약 중독에 빠진다. 베이스를 치는 마이크 스타는 비행기에서 절도죄로 구속되어 감옥에 간다. 결국 베이스 주자를 오지 오스본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던 마이크 아이네즈(Mike Inez)로 교체한다.

그리고 밴드가 마지막 불꽃을 태운 앨범이었던 3집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를 1995년 낸다. 밴드 이름을 앨범 이름으로 붙였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으니 록 앨범치고는 엄청난 성공이었다. 이 앨범은 앨범명 보다 '다리 세개 있는 강아지 앨범'으로 더 유명하다. 앨범 표지에 다리가 세개 있는 개가 그려져 있어서다. 이 앨범에서는 '그라인드(grind)', '헤븐 비사이드 유(heaven beside you)' 등이 히트했다. 마약 중독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만든 값진 수확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마약 여파로 건강이 완전치 않은 멤버 때문에 라이브 무대에서 이들의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 1996년 MTV 언플러그드(Unplugged)에 깜짝 출연한 게 거의 유일한 활동이랄까. 다행히 이 무대에서 이들은 건재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사실상 공식 활동을 하지 않으며 사람들의 궁금증만 키웠다.

이들이 다시 언론의 헤드라인에 등장한 것은 2002년 4월 19일이었다. 보컬 레인 스탤리가 마약 중독으로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죽은지 2주 후에나 시신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체는 상당히 부패된 상태였다. 이 당시 레인의 마약 중독은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가 빠지고 간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져 죽음을 예견할 수 있는 상태였다.

비극적인 소식은 2011년 또 한번 전해진다. 밴드의 과거 베이시스트 였던 마이크 스타 역시 마약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사실 마이크는 레인 사망 하루전에 레인과 함께 있었다고 한다. 죽기 일보 직전이었던 레인이 고통을 호소하자 마이크가 911을 부르겠다고 했는데 레인이 화를 내며 말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다음날 오랜 친구가 숨진 셈이니 자책감이 들 만하다. 마이크는 마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2009년 중독치료 과정을 그리는 리얼리티 쇼에도 출연했지만, 결국 끝내 죽어서야 마약에서 벗어난 셈이 됐다.

레인의 죽음은 록 팬들 사이에서 많은 아쉬움을 불러왔다. 그의 보컬은 이색적이고 독특하고 정말로 음울했다. 마음이 괴로울 때 고통 안으로 한발짝 더 몸을 던져 괴로움을 극복하려는 사람에게 그의 목소리만큼 좋은 파트너는 없었다. 굵고 낮고, 울림이 있으면서 묘하게 뒤틀린 목소리였다.

레인 사망 이후 밴드는 2005년 다시 뭉친다. 보컬 자리는 윌리엄 듀발이라는 흑인 보컬이 채운다. 2009년 9월 '블랙 기브스 웨이 투 블루(Black Gives Way To Blue)'라는 새 앨범도 발표한다. 얼터너티브 록 시대는 저물었지만 올드 팬들은 그들의 귀환을 격렬히 환영했다.

홍장원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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