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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부처님오신날]“다른 이의 낯선 모습도 끌어안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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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 인터뷰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보호 불교가 해야 할 시대적 의무

미얀마 민주화 代父 민코나잉의 ‘나의 꿈’ 전시회 경내서 열어

동아일보

국적 종교 이념을 초월하며 지구촌에 부처의 자비를 실천해 온 사단법인 하얀코끼리를 이끌고 있는 부천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 그는 “나누는 것이 수행”이라며 “나눔을 실천하는 하얀코끼리의 발걸음이 세계로 이어져 평화가 찾아오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부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나와 다르다고 해서 선을 긋고 경계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다른 이의 낯선 모습을 포용하고, 화합하고, 끌어안아야만 진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행할 수 있습니다.”(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

경기 부천 원미산 중턱에 위치한 대한불교 조계종 석왕사는 이주 노동자들의 쉼터이자 다문화 가정을 위한 포교활동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사찰이다. 이곳에서 다음 달 3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미얀마 민주화의 대부(代父) 민코나잉(55)의 ‘나의 꿈’ 전시회가 열린다.

이 전시회는 영담 스님이 2012년 10월에 설립한 사단법인 하얀코끼리가 주최하는 전시회다. 하얀코끼리는 미얀마, 태국, 중국, 인도 등에서 국적과 인종, 종교 등 모든 경계를 초월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부처의 자비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이다.

영담 스님이 이 단체를 설립하게 된 것은 20여 년 전부터 부천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미얀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후 미얀마 난민촌 교육 지원을 비롯해 문화교류, 봉사활동, 기부, 복지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부천은 성남, 안산 등과 함께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었습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불교가 해야 할 시대의 의무라고 생각했어요.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끌었던 NLD(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가 부천에 있었는데, 석왕사에서 이들에게 공간을 내주고 보호하기 시작했죠.”

영담 스님은 미얀마 출신의 불법체류 노동자와 민주화운동단체 NLD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던 중 민코나잉과도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됐다.

민코나잉은 1980년대부터 미얀마의 독재 권력에 맞서 예술을 통한 저항운동을 벌여왔다. 그는 예술가인 부모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그림을 배웠다. 그는 양곤미술과학대에 다닐 무렵 당시 군부정권에 저항하는 풍자만화나 단막극 등을 공연하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1988년 8월 28일 ‘버마학생연합’을 조직해 군사정권에 맞선 최대 민주화운동이었던 ‘8888시위’를 주도했다. 당시 수배 중이었던 수천 명의 학생들이 국경으로 탈출했지만 그는 탈출을 거부했고 20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국제사면위원회의석방캠페인 등으로 2004년 11월19일 15년간의 투옥생활 끝에 풀려났다.

그러나 석방된 후에도 끊임없이 다른 정치범들의 석방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다 수차례 투옥과 석방을 반복해왔다. 결국 2007년 군정이 연료비를 5배나 인상하자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종신형인 6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감 중인 2009년 ‘5·18 광주 인권상’을 비롯해 존 험프리 자유상, 프랑스의 노벨상인 국립 오더 훈장(National Order of Merit)을 수상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저는 죽지 않을 것입니다. 몸은 죽는다고 하더라도 저와 같은 많은 사람들이 저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년이 넘는 수감생활 끝에 2012년에 석방됐다.

그가 수감 중 작업한 그림과 시가 석왕사 천상법당에서 전시된다. ‘8888민주화 운동’의 상징 숫자인 88점의 작품이다.

영담 스님은 “아웅산 수지 여사의 최측근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고 있는 민코나잉의 그림은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이 많다”며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왔던 NLD가 달력으로 만들어 기념하고 있는 민코나잉의 그림을 통해 부처님의 평화와 자비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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