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 맞설 만한 한국의 '국가대표 커피전문점'을 만들어야죠."
생글생글한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 하지만 입에서 나온 메시지는 꽤나 묵직했다. 내년이면 창립 20주년을 맞는 국내 최초의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 '할리스커피'를 이끄는 김유진 대표의 포부다.
그는 "일본은 UCC, 미국은 피츠·인텔리젠시아 등 지역별로 유명 커피 브랜드가 다양한데 우리나라는 '스타벅스 앤드 아더스(스타벅스와 기타 등등)' 구도가 돼 자존심이 상한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커피전문점 하면 할리스커피가 떠오르도록 시장 판도를 바꿔 보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른일곱 젊은 나이로 올해 2월 할리스커피 대표에 선임된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할리스커피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투자본부 이사 출신으로 2013년 IMM PE의 할리스커피 인수를 이끈 주역이다. '할리스 호(號)'의 선장이 돼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 대표를 27일 매일경제가 서울 은평구 할리스커피 연신내점에서 만났다.
최근 할리스커피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5년 처음으로 본사 매출 1000억원대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1286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8.5%, 85.8% 증가한 숫자다. 기업 가치의 주요 척도인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약 200억원으로 2013년 대비 2배가량 커졌다. 카페베네 탐앤탐스 등 상당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이룬 성과다.
김 대표는 성장 비결로 적극적 투자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핵심 상권에 플래그십급 직영점을 세우는 전략이다.
그는 "자금 유동성이 부족했던 회사가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졌다"며 "주요 상권에 본사 직원들이 직접 일하는 대형 직영점을 늘리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할리스커피 이미지를 개선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할리스커피 직영점 매장 수는 전체 매장의 20% 수준인 100여 곳으로, 2014년 대비 30곳가량 늘었다. 당분간 이 같은 거점 투자 전략을 유지하면서 가맹점으로 소규모 상권을 공략한다는 게 김 대표 생각이다.
내년 창립 20주년을 앞둔 할리스커피의 올해 경영 철학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성장이 주는 달콤함에 취해 무리하게 외연을 확장하기보다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디저트 카페로 포지션을 바꿔야 할지, 베이커리 메뉴를 늘려야 할지 내부적으로 다양한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은 '기승전-커피'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얼마나 훌륭한 커피를 선사하느냐가 커피 전문점의 본질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할리스커피는 다양한 연구개발(R&D)과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그는 "앞으로 100억원가량을 투자해 파주에 대규모 '로스팅센터'를 신설하고 다양한 스페셜티 원두를 드립커피로 즐길 수 있는 '할리스커피 커피클럽' 매장을 늘려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커피를 선보일 것"이라며 "그간 미비했던 '전사적자원관리(ERP)'에 대한 투자도 늘려 회사 성장에 걸맞은 내부 인프라도 갖추겠다"고 말했다.
할리스커피에 대한 IMM PE의 적극적인 투자가 단기 실적을 높여 매각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김 대표는 "절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IMM PE는 지난해 할리스커피 매각을 추진했다가 가격 합의에 실패하며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주주사가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매각이 추진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최근 3년간의 노력이 이제 막 실적으로 나타났고, 앞으로 수년간은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여성 CEO로서 김 대표는 동료 여성 직장인들에게 한 가지 당부의 말도 전했다. 핵심은 '인내'다.
그는 "출중한 능력을 가진 여성들이 결혼·출산 등을 거치며 중간관리자에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그 고비만 버티면 최종 엔트리, 톱 매니저 자리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묵묵히 인내하면서 '유리 천장'을 깨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 이희수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