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5인 중 4명은 사형제 폐지 입장
한국은 1997년 사형집행 후 20년 째 집행 안해
사형제와 흉악범죄 통계 나라마다 엇갈려
인권, 오심방지 등으로 사형제 폐지는 국제 추세
4월 25일 JTBC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사형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는 홍준표 후보(왼쪽)와 문재인 후보. [사진 JTBC] |
우선 토론회 때 나온 두 사람의 주장을 다시 들여다보자.
▲홍준표(이하 홍) = 문 후보는 흉악범 사형 찬성하나.
▲문재인(이하 문) = 사형제는 반대한다.
▲홍 = 사형제 합헌이냐 위헌이냐.
▲문 = 합헌이라고 헌재가 판결했다. 그러나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이미 20년 동안 사형 시행 안 했잖나. 사실상 폐지 국이다.
▲문 = 사형이 흉악범 억제효과 없다는 거 실증됐잖나.
▲홍 = 흉악범 (사형)집행 안 되니 유영철, 강호순 엽기 연쇄살인 계속 나고 죽은 피해자 어떡하고, 멀쩡히 앉아 교도소에서 국가에서 밥 먹이는 게 옳은가.
▲문 = 오히려 사형제도 있으면 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뒤에 이판사판 되는 거다. 옛 지존파 더 범죄 키우지 않았나. 사형제가 억제효과 없다고 드러나니 160개국에서 폐지한 거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유씨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출장마사지사 등 21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집행되지 않아 미결 사형수 신분으로 복역 중이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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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는 사형제 폐지의 이유로 “사형이 흉악범 억제효과가 없다는 것이 실증됐기 때문에 160개 국이 폐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의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가 매년 발간하는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사형제 폐지국가는 142개국, 사형제를 갖고 있고 실제 집행하고 있는 나라는 59개국이다.
2012년 12월 30일 국회에서 유인태 민주통합당 의원,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한국사형폐지운동연합회 등 소속회원들이 법률적으로 완전한 사형폐지국가를 주장하는 회견을 가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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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 문 후보가 160개국이라고 언급한 수치와는 약간의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65명의 사형수(민간인 61명, 군인 4명)가 있다.
국내에서 마지막 사형집행이 이뤄진 것은 김영삼 정부 말년인 1997년 12월 30일로 이날 23명의 사형수가 형장으로 보내졌다. 이후 현재까지 사형집행은 없었다.
우선 사형제의 위헌여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1996년, 2010년 두 차례 사형제 합헌 의견을 냈다. 2010년 합헌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 5명은 “사형제를 유지해 도모할 수 있는 범죄예방, 국민 생명보호, 정의실현 등의 공익이 극악한 범죄자의 생명권 박탈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중 민형기·송두환 재판관은 “사형대상범죄를 줄이고 반인륜적이고 극악한 범죄로 한정해야 한다”는 보충의견도 덧붙였다.
2010년 헌법재판소 사형제 위헌 여부 선고. 5대4로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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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형제와 흉악범죄 증감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슈커뮤니케이션팀 양은선 팀장은 “1977년 16개국이 사형제를 폐지한 이래로 40년이 흘렀고 한국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은 지 20년 째”라며 “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양 팀장은 이어 “1988,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제출된 유엔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사형제도가 종신형과 같이 그 위협도가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다른 형벌에 비해 큰 살인 억제력을 가진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며 “사형제가 흉악범죄에 억제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신중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3월 4일 이반 시모노비치 유엔 인권사무차장이 인권이사회 회의 마지막 날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한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며 사형제 폐지를 강조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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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조사 연구를 바탕으로 한 사형제 존폐 주장은 조사지역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사형폐지론자들이 가장 자주 드는 예가 캐나다 사례다. 캐나다의 경우 1976년 사형제를 없앤 후 살인율이 44% 감소했다는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사형존치론자들은 또 다른 통계를 근거로 반대 주장을 편다. 미국 텍사스주 사례가 그것이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던 텍사스주는 1981년 701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해 미국 내에서 살인범죄율이 가장 높았다. 이에 1982년 사형집행을 부활시켰고 1996년에는 살인사건이 261건으로 63%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영국은 1966년 사형을 폐지했는데 사형폐지 전후 각 20년간의 살인사건 발생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폐지 후에 60%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통계만 놓고 사형제와 흉악범죄 억제 여부를 따지는 것은 비과학적이며 연구 방법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1970~80년대 미국에서 사형제가 있는 주와 없는 주의 살인사건 발생비율, 또 사형제를 폐지했다 다시 부활시킨 주의 사례에서 살인사건 발생비율 등을 비교연구한 논문이 다수 나왔다”며 “당시엔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 연구 결과가 있어 자주 인용됐는데 이후 연구 방법론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많아 논란이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일반적으로 어떤 대책을 세웠을 때 그것이 범죄 발생률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입증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형사정책연구원 황지태 연구위원은 “학계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연쇄살인 같은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은 사형 등 처벌이 무서워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합리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어 “환경범죄 등과 같이 벌금을 높이는 식으로 더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만들었을 때 효과가 있는 유형의 범죄가 따로 있긴 하지만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억제한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았고 설득력도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에서는 여러가지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한 상태에서 실험이 진행될 수 없어 사형제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입장이다.
‘경북 칠곡 의붓딸 사망 사건’과 관련해 어린이 관련 인터넷카페 회원들이 ‘사형’이라고 쓴 종이를 들고 선고형량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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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형제가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심리적 보상과 정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유효하다는 주장도 많다.
앰네스티 양은선 팀장은 “실제 살인피해자 가족들을 접촉해보면 가해자를 사형시켰을 때 일시적 만족감이 있을 수는 있지만, 완전한 정신적 치유를 해주는 등 근본적 도움이 안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국가는 정의가 구현돼 책임을 다했다는 식의 면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팀장은 또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오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 국제적으로는 사형제 폐지를 택하는 국가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5인의 대선 후보 중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사형제 폐지 입장을 보였다. 심상정 후보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후보는 사형제 폐지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후보는 ‘사형을 금지하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제2 선택의정서’를 준수하고 이의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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