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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상원 브리핑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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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7대에 나눠타고 백악관행 진풍경, 휴대전화 반입금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신문에 다 나온 얘기" 반응 엇갈려

중앙일보

워싱턴의 의회에서 버스를 타고 3km거리의 백악관으로 향하는 미 상원의원들/슬레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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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의원 100명과 보좌진을 태운 7대의 버스가 백악관 아이젠하워 빌딩에 도착한 것은 26일 오후 3시(현지시간).

상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백악관 '대북 브리핑'은 초유의 일이다. 보통은 군사위원회 같은 소위원회가 대상이다. 떄문에 "뭔가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양해를 구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래서인지 CNN 등 미 방송사들은 상원의원들이 의회에서 백악관으로 떠나기 1시간 전부터 현장을 연결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의원들은 통신보안 상 휴대전화를 비롯한 모든 통신기기를 버스에 놔두고 브리핑장에 입장해야 했다. 브리핑 내용이 모두 '기밀정보'로 분류돼 보좌진들은 아예 건물 입장이 금지됐다. 진풍경이었다.

브리핑은 75분 간 계속됐다. 브리핑 초반 15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석해 이런저런 북한 관련 설명을 했다고 한다. 이달 초 마라라고 리조트에서의 미중 정상회담도 화제로 올렸다. 이후 트럼프가 퇴장한 뒤 렉스 텔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이 번갈아가며 북한 상황과 미국의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트럼프를 제외한 행정부 수뇌부는 상원 브리핑에 이어 하원을 방문, 하원의원들에게도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의원들로부터는 "군사행동을 하면 어떤 상황이 예상되느냐" 등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의원들은 브리핑 내용을 철저히 함구했다. 다만 반응들을 종합하면 북한의 핵 보유 능력 및 기술 수준, 항모 칼빈슨호의 한반도 인근 배치 등 미군의 현 대응에 대한 개략적 설명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까지 밝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 알렸지만 "그래서 이렇게 하겠다"는 세세한 대책까지는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크리스 쿤스 의원(민주)은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sobering)"며 "실존하는 안보위협에 대한 정부의 계획을 들었다"고 말했다. 테드 크루즈 의원(공화)도 "북한을 다루는 외교·경제·군사적 측면, 나아가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들에 브리핑을 받았다"고 전했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장은 "우리 의원들은 외교적 측면에서 모든 옵션을 행사하기까지는 앞으로도 길고 긴 여정이 남아있다는 걸 배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망을 표한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태미 덕워스 의원(민주)은 "그동안 신문에 나왔던 내용 이외의 정보를 전혀 얻지 못했다"며 "겉만 번지르한 광고(dog and pony show) 같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리처드 블루멘탈 의원(민주)도 "난 왜 (이 정도 내용의 브리핑 때문에) 상원의원 전원이 백악관으로 왔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심지어는 상원 외교위원회의 밥 코커 위원장마저 "오늘 브리핑이 (버스 타고 가 들을만한) 가치가 있었느냐"는 의회전문매체 롤콜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I'm not sure)"고 답했다.

이날 브리핑 뿐 아니라 외교·안보·정보 수장이 발표한 공동성명문도 화제가 됐다. 이런 형태의 공동성명문 발표는 일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대북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정부 내 혼선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은 줄곧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엇박자를 지적해 왔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대북 정책 기조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란 평가 속에 "취임 100일(오는 29일)을 맞아 뭔가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쇼'였다"는 지적도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김현기 기자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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