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중에 앞서 일정 등 조율한 듯
외교채널 제치고 당 판공청 주임이 방문
“중ㆍ러 관계 특수성 보여주는 것”
리잔수 중국 공산당 판공청 주임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격인 리 주임은 20대 시절부터 시 주석과 친분을 쌓은 측근 중의 측근이다. 그는 시 주석의 해외 순방이나 국내 시찰에 빠짐없이 동행하고 배석한다. 하지만 그가 단장이 돼 수행원을 이끌고 해외 방문을 나서는 일은 없다. 유일한 예외가 러시아와의 외교활동이다.
리잔수(왼쪽 첫째) 중국 공산당 판공청 주임은 시진핑(가운데) 주석의 외부 활동에 빠짐없이 수행하는 측근 중의 측근이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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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소식통은 “2014년 봄 시 주석이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를 미국으로, 리 주임을 러시아로 보내는 등 직업 외교관을 제쳐두고 자신이 신임하는 측근 인사들을 외교 전면에 내세운다는 소문이 나 화제가 됐는데, 결과적으로는 리 주임의 러시아 방문만 실현됐다”며 “이 때문에 리 주임이 러시아 권부 깊숙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리 주임을 대러 외교의 최일선에 내세운 것은 시 주석이 그만큼 중ㆍ러 관계를 중시하고 특수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리 주임은 26일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러시아 대통령궁 판공청 사이의 협력 시스템은 두 나라의 대외 관계에서 모두 ‘유일무이’한 것이며 양국 관계의 높은 수준과 특수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ㆍ러 양국이 공식 외교 채널을 뛰어넘는 수준의 소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012년 11월 집권한 시 주석이 가장 먼저 방문한 나라도 러시아였으며 푸틴 대통령과는 매년 5∼6 차례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ㆍ쿠바ㆍ베트남 등 옛 사회주의 국가와 외교부 채널과는 별도로 대외연락부를 내세운 ‘당(黨)대 당’ 외교를 가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앙판공청과 대외연락부의 위상과 격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리 주임을 중용하는 시 주석이 올 가을 19차 공산당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승진시키기에 앞서 외교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과 리 주임은 5월 정상회담 일정 이외에 국제 정세 등 공통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여기엔 최근의 한반도 정세와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 나라는 유럽에서의 미국 미사일방어(MD) 구축과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에 보조를 취하며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 리 주임의 러시아 방문 기간에는 양국 군 고위층이 참석한 모스크바 국제안보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양국은 사드 반대 입장을 공동으로 천명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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