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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경찰이 영장 조작”…수형자와 짜고 경찰 괴롭히는 ‘가짜 책’ 쓴 작가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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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법을 어겨가며 수사를 했다고 책을 쓰면 빨리 풀려날 수 있습니다.”

노인들을 상대로 200억원대 투자 사기를 쳐 서울구치소에 복역 중이던 이모(60)씨는 귀가 솔깃해지는 제안을 들었다. 아내 전모(55)씨가 기자 출신 작가 서모(73)씨로부터 들은 얘기였다. 이씨는 아내를 통해 서씨에게 1600만원을 건네고 책 출간을 의뢰했다. 서씨는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위조해 집행했다”는 내용을 그럴듯하게 꾸며 책 두 권을 펴냈다.

중앙일보

'경찰이 위법 수사를 했다'는 내용의 허위 출판물.




서씨는 이씨에게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의 모임인 ‘이○○ 사기사건 비상대책위원회’ 측에도 접근했다. 서씨는 “이씨가 석방되면 피해액을 회복할 수 있다. 빠른 재심을 위해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들을 고소하라”고 선동했다. 서씨는 피해자 10여명의 인감증명서를 받아 당시 사건 담당관 김모 경감 등 13명의 경찰을 고소했다. 또, 피해자 50여 명을 모아 경찰의 실명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하게 한 뒤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피해자들은 경찰서 앞에서 “악질 경찰 김○○은 물러나라”며 항의 집회를 했다. 이와는 별도로 피해자 30명으로부터 ‘작가후원’ 명목으로 적게는 2만원부터 많게는 수십만 원까지 총 8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서씨는 출판물에 대한 노인들의 믿음이 강해 쉽게 속아 넘어간다는 점을 악용했다.

서씨는 이씨의 변호를 맡았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에게도 접근해 “수임료를 돌려주지 않으면 전관예우와 과다수임료를 문제 삼는 기사와 서적을 내겠다”고 협박해 3000만원을 뜯어냈다.

서씨의 범행은 김 경감 등이 무고 혐의로 고소장을 내면서 드러났다. 수사를 진행한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씨를 허위사실 기재한 출판물로 경찰관 명예를 훼손한 혐의(출판물등에의한명예훼손 등)로 구속하고, 이씨 부부와 출판사 대표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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