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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뉴스 깊이보기]아베의 러브콜은 계속되는데...'지각대장' 푸틴,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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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가 지난해 12월16일 일본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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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27일 오전 하네다 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영유권 분쟁을 빚는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에서 공동 경제활동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숙원 과제인 북방영토 협상에 진전을 이뤄내겠다는 생각이지만, 지난해말 러·일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정상회담처럼 푸틴의 ‘지각’ 정치가 반복될지도 주목된다.

■북방영토 협상에 진전 있을까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출국에 앞서 기자들에게 “지난해 12월 정상회담의 성과 위에 평화교섭을 착실하게 진전시키고 싶다. 북방 4개섬에서의 공동경제활동, 이전 섬 주민의 자유로운 성묘의 실현과 관련해 중요한 한걸음을 기록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긴박한 북한 정세, 시리아 정세, 여러 가지 세계적 과제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교환을 하고 함께 연대해 대응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러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열린 뒤 4개월만이다. 당시 양국은 북방영토에서 공동경제활동 실현을 위한 실무협의와 이전 섬 주민의 자유왕래 절차 간소화 검토 등에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북방영토에서의 공동경제활동을 계기로 영유권 문제를 포함한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어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냉전 이후 최악으로 평가받는 미·러 관계가 개선될 방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방영토 교섭에 들어가는 것은 유리한 계책이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말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일안보조약을 거론하면서 “일본은 러시아 측의 우려를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이 북방영토 주변에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일이 없도록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영토 문제에서 양보한 것으로 비쳐지는 위험 부담을 감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미국·러시아 사이에 끼인 처지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둘러싼 대응에 있어서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일본은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점을 고려해 북핵·미사일 저지를 위한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 움직임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군사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고, 일본이나 한국에 대해서도 ‘최대한의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러시아는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 나진을 잇는 화물 여객선 항로를 다음달 신설키로 하는 등 북한과의 협력도 진천시키고 있다.

아베 총리로선 미·러 사이에 끼여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 6일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자국민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시리아를 폭격했고, 일본은 이를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해 미·러의 대립이 커진 상황이다. 아사히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대미(對美) 추종’에 대한 불신감을 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의 끈질긴 러브콜...‘지각 대장’ 푸틴 이번에는

아베 총리는 그동안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국가 과제’로 삼고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구애를 계속했다.

지난해 5월엔 러시아 소치까지 날아가 푸틴 대통령에게 “지금까지 발상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접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구애 작전은 지난해말 푸틴의 방일로 성과를 냈다. 하지만 당시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기대하던 4개 섬의 반환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었다. 일본 내에선 이를 두고 ‘빈손 회담’이라는 비판이 나와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후 러시아는 4개 섬 일부에 신형 지대함 미사일과 사단을 배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아베 총리를 더욱 난감하게 만들었다. 그간 외교를 통해 점수를 따온 아베로선 러시아가 가장 골치아픈 존재인 셈이다.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원폭 71년 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피폭지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아베 총리는 하와이의 진주만을 방문했다. 이후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급상승했다. 지난 3월에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은 물론 골프 라운딩까지 했다. 당시 아베 총리가 트럼프에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면서 일본 내에서 ‘조공 외교’ 논란까지 일었지만, 방미 후 지지율은 60%까지 올랐다.

지난해말 야마구치(山口)현 나가토(長門)에서 열린 러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푸틴 도착 예정시각(오후4시)보다 3시간이나 이른 오후 1시 회담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오후 6시가 넘어서 회담장에 들어섰다. 일본 측에선 푸틴 대통령이 이날 예정된 시각에 나타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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