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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프랑스 대선 역전 노리는 르펜, 마크롱 기습..이변 만들어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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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26일(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아미앵의 공장 노동자들로부터 환대받는 마린 르펜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를 2주가량 앞두고 후보 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극우 성향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는 26일(현지시간) 중도신당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있는 지역을 기습 방문해 마크롱에 대한 야유를 이끌어냈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마크롱은 이날 자신의 고향인 프랑스 북부 소도시 아미앵을 찾아 내년 폐쇄될 예정인 미국 가전기업 월풀의 공장 노조 대표들과 현지 상공회의소에서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결선에서 역전을 노리는 르펜 후보는 이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예고 없이 기자들을 대동하고 월풀의 공장을 직접 방문했다. 르펜은 공장의 근로자들을 직접 만나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공장 폐쇄 계획을 철회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어 그는 “마크롱은 야만적인 세계화를 옹호하는 친기업 인사다. 노동자를 지킬 사람은 바로 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현지 근로자들은 박수를 치고 르펜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큰 성원을 보냈다.

이 소식을 들은 마크롱은 서둘러 월풀 공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는 근로자들에게 "공장 폐쇄 계획을 되돌리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없지만 폐쇄 조건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이끌어내겠다"라고 말했다. 교육 수준이 높고 올랑드 정권에서 경제장관을 지내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마크롱에 대한 블루컬러 노동자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공장 근로자들은 마크롱에게 야유를 보냈고 일부는 타이어를 불태우며 거칠게 항의했다.

외신들은 이번 월풀 공장 승부에서 르펜의 판정승을 선언했다. 마크롱이 르펜을 의식해 예정에도 없던 공장 방문을 추진한 것은 결국 웃음거리로 전락한 위험한 승부수였다는 지적이다. 반면 르펜의 기습 방문은 마치 이 상황을 정확히 예측한 듯 제대로 통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마크롱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 브누아 아몽 사회당 후보의 공식 지지 선언에 힘입어 르펜에 비해 다소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마크롱은 결선 투표에서 르펜을 누르고 약 60%의 지지율을 얻어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르펜의 기습 공격이 여러 차례 계속되고 르펜과 마크롱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반대의 반응이 현지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중계될 경우 마크롱에 우세한 현재의 판세가 르펜으로 급격히 기울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쇠락한 공업지대 문제가 지난 대선처럼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경우 노동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르펜이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당시 사회당 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은 프랑스 동부 철강 노동자들을 대기업으로부터 구하겠다며 표심을 자극해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작년 미국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 노동자들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삼아 깜짝 승리를 이끌어냈다. 따라서 마크롱이 프랑스판 러스트벨트의 노동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을 경우 미국 대선처럼 이변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세미 fiyonas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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