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맥도날드 노동자', 3년만에 단체교섭 파트너로

알바노조, 국내 최초로 맥도날드와 교섭나서

"인금인상 요구 등, 매우 긍적적으로 볼 일"

지난해 6월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앞에서 맥도날드에 전달할 10대 요구안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DB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알바노조)이 세계적인 프렌차이즈 업체인 맥도날드와 단체교섭을 벌이기로 해 관심이 모아진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 자체가 흔치 않은데다 맥도날드가 그런 단체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단체교섭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8월에 결성된 알바노조는 영화관과 편의점, 맥도날드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주축이며 현재 약 700명의 조합원 가운데 맥도날드 조합원은 13명이다.

알바노조와 맥도날드와의 단체교섭은 5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이번 단체교섭에 임하는 감회가 새롭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3년 전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이제 '노조 위원장'이 돼 사측과 단체교섭을 벌이는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14년 9월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근무하고 있던 맥도날드 매장에서 계약중지 통보를 받았다. 미국에서 패스트푸드 매장 종업원들이 시급 인상을 요구하며 동맹 파업을 벌였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당시 매장 점장은 기자회견을 보도한 기사에 나온 이 위원장의 사진을 가져와 '사진 속 인물이 네가 맞냐'고 물었고 이후 '동료직원들이 노조활동을 불편해 한다'는 이유를 들어 계약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측은 이 위원장의 '근태'에 문제가 있었고 이후 진행된 부당해고구제신청에서도 회사가 승소했다며 부당해고 주장을 반박했다.

이후 이 위원장이 속해 있었던 알바노조는 해당 매장에 대한 점거 시위를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본사와 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이를 듣지 않았다. 이에 알바노조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조 내에 '맥도날드 분회'를 설치했다. 국내 최초로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실질적으로 맥도날드 내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포함된 노조가 결성되고 합법적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회사도 반응을 보였고 지난 11일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되었음을 통보받았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단결권을 행사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으며 사용자에 단체협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알바노조에 따르면 앞서 단위노조가 맥도날드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이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국제적인 대기업인 맥도날드와의 싸움에서 단체교섭이 이루어질까 걱정이 많았는데 법적으로 보장받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단체교섭에 맥도날드가 어떻게 응할지 몰라 조합원들의 공통된 의견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많은 노동자를 참여시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 한국지사는 "노조 측에서 법적 요건을 갖추고 대화를 요구해왔고 이에 응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교섭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앞으로 알바노조 측의 요구에 대해서 성실히 검토하고 대화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존 노동계에서도 이번 단체교선 시행에 고무적인 입장이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본부 실장은 "'맥잡'(McJob, 단조롭고 급료가 낮은일, 장래성이 없는 직업을 일컬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직이 질 낮은 일자리로 인식 받아 왔는데 이번 조치는 상당히 상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맥도날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사업체인 맥도날드에서 노동조합이 임금인상 등을 적극 요구하고 있어 매우 긍정적인 운동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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