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보건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로 물의를 일으킨 노바티스의 치매 치료제와 골대사 제제 등 9개 의약품이 6개월 간 급여 정지 처분을 내렸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과 뇌전증 치료제 트리렙탈 등을 비롯한 33개 품목은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과징금 처분으로 ‘글리벡 대란'을 피하자 백혈병(혈액암) 환자 단체와 의료계는 ‘당연한 결과’라는 의견을 보였다. 글리벡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치료약으로 2001년 국내에 도입됐다. 현재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전국 약 6000명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환자들은 글리벡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한 달 약값(200만원 안팎)의 5%만 내고 복용해왔다.
급여가 정지되면 환자들이 약값을 전액 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복제약이나 신약으로 갈아타야 한다. 이 때문에 백혈병 환자들은 글리벡 대신 복제약(제네릭)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환자단체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급여정지 처분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환자에게 그 피해가 오게 된다”며 “보건당국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처분을 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가 수년째 복용해온 약을 변경할 경우 초기에 근육통, 설사, 혈액감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아무 잘못이 없는 환자에게 약물 변경에 따른 위험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오리지널(글리벡)과 제네릭(복제약)의 효능 차이의 문제라기보다는 환자가 수년째 복용해온 약을 변경했을때 생기는 초기 부작용과 약을 변경하면서 발생하는 병원의 혼란 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노바티스 측은 “이번 일로 업계와 환자분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환자들의 안전과 치료 접근성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회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윤리경영 강화를 위한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며 “사내 규정 및 준법 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했음은 물론, 영업 성과평가제도의 근간을 쇄신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번 처분에 대해 이견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일부 시민단체는 글리벡의 복제약이나 신약이 글리벡보다 우수하다며 급여정지 처분을 내려 리베이트 문제를 근절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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