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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풍선효과? 회사채 막힌 기업들, CB·BW로 눈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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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최근 냉각된 회사채 투자 심리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다.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대출금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금리 주식관련 사채로 급한 불을 끄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 구조조정 국면 심화로 기업들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여전하다"면서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해도 이를 인수할 만한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일정 가격에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 등을 얹어 투자자 찾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 상장사 '울며겨자먹기'식 CB발행?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가증권 상장사 중 올해 들어 24일 현재까지 'CB발행'을 공시한 곳은 18개사였다. 금액은 7128억원이었다.

현대상선은 6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키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선박해양과 선박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7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약에 서명했다. 한국선박해양과 선박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7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약에 서명했다.

흥아해운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150억원의 CB를 발행했다. 흥아해운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26억원이다. 이는 2014년 말 654억원, 2015년 말 502억원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작년 말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4억원으로 떨어졌다.

삼성제약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02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는 공시를 냈다.

올 들어 BW 발행 공시 금액은 7850억원에 달했다. 발행사는 5곳이였다.

두산중공업은 5000억원 규모의 분리형 BW 발행을 결정했다.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가스터빈과 같은 고부가 제품 원천기술 개발에 투입된다. 회사 측은 오는 2019년까지 출력 270메가와트(MW), 효율 40% 이상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설계와 제작 역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두산건설 15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지난 달 16일부터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실시한 결과 56억1500만원의 청약증거금이 유입됐다. 청약 경쟁률로 따지면 0.0374대 1로 사실상 공모 청약서 '참패'했다. 덕분에 1443억원의 미청약 물량은 고스란히 인수단의 몫으로 돌아갔다.

신영증권 등 6곳의 인수단은 자기 계산으로 이를 떠안았다. 대표주관회사인 신영증권이 577억원, 유진투자증권 385억원, KB증권 192억원을 인수했다. 여기에 채권값까지 곤두박질 치면서 이들 증권사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 회사채 조달 막힌 '풍선효과'

기업들이 주식관련 사채시장에 눈을 돌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끌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업황이 부진한 건설, 철강, 정유 기업들은 사모채권 발행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한다.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할 경우 오히려 평판 위험이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 회사채 발행 실패에 대한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사모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주식관련 발행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회사채시장의 약극화에 따른 '풍선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나은편이다.

중소기업들의 고민은 더 크다. '신용등급 하락→자금조달 금리 상승→투자 어려움→실적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사채 시장에서도 찬밥신세다.

중소기업 한 재무담당최고책임자(CIO)는 "차환발행이 쉽지않아 기업어음(CP) 등 대체조달 수단을 모색했지만 이마져도 여의지 않았다"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면 급전이라도 빌려써야 할 형편이다"고 설명했다.

저금리 이슈도 자리잡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연 1%대에 머무는 등 시중 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고금리 상품을 원하는 수요가 급증했고,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증권사들이 다양한 파생상품을 내놨는데 이 때 설정되는 기초 자산으로 사모사채가 쓰인다.

아울러 보험 등 기관 수요도 발행에 열기를 더하고 있다. 저금리 현상 장기화 때문에 자산운용 수익률보다 보험금 지급률이 높은 역마진 현상에 시달리는 보험사들은 우량기업에 먼저 찾아가 장기 사모사채 발행을 요청하고 있다.

김문호 기자 kmh@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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