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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논픽션 작가의 소설 같은 사기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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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사기 수감자 석방 위해

경찰 위법 수사 주장 책 내고

피해자들 속여 경찰 고소까지
한국일보

'경찰수사가 위법했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이 적혀있는 책.


논픽션 작가 서모(73)씨는 집필한 책이 좀체 팔리지 않자 2015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 좌판을 차렸다. 남편이 200억원대 투자 사기로 수감 중이라 구치소를 들락거렸던 전모(55)씨와 우연히 알게 된 서씨는 “빨리 풀려날 방법이 없겠냐”고 묻는 전씨에게 “수사가 위법했다는 내용으로 책을 쓰면 재심을 받고 석방될 수 있다”고 했다. 돈을 주면 책을 써주겠다는 제안이었다. 전씨에게 1,600만원을 받은 서씨는 ‘(전씨 남편을 수사한)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위조해 집행했다’는 허위사실을 그럴 듯하게 꾸며낸 두 권의 책을 냈다.

서씨는 전씨 남편으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에게도 접근했다. “(전씨 남편이) 석방되면 다시 사업을 진행시켜 과거 피해를 회복시켜 줄 수 있다”면서 “수사를 한 경찰관들을 고소해야 한다”고 꼬드겼다. 피해자들로부터 인감증명서를 건네 받은 서씨는 경찰관 13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 피해자 50여명을 경찰서로 모아 경찰관의 실명이 기재된 현수막, 피켓 항의 시위를 하도록 하고, 그 영상을 유튜브(동영상 공유사이트)에 올렸다. 심지어 피해자들에게는 ‘작가후원’ 명목으로 800만원상당의 책을 팔았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허위사실을 기재한 출판물로 경찰관 명예를 훼손한 혐의(출판물등에의한명예훼손 등)로 서씨를 구속하고, 전씨 부부와 출판사 대표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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