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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정부, "리베이트에 솜방망이 없다"...사상 첫 급여정지에 최대 과징금 폭탄(55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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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벡(백혈병 치료제) 대란은 피해

불법 리베이트로 물의를 일으킨 노바티스의 치매 치료제와 골대사 제제 등 9개 의약품이 6개월 간 급여 정지를 받게 됐다.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과 뇌전증 치료제 트리렙탈 등을 비롯한 33개 품목은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보건당국이 제약사에 대해 급여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과징금 역시 사상 최대액이다.

27일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의 행정처분 대상 42개 품목 가운데 9개 의약품에 대해 보험급여를 6개월간 정지하고, 나머지 33개 품목에 대해서는 5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전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4년 7월부터 최대 1년까지 의약품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정지하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부당금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1년 급여 적용이 정지되며 2차 위반 시 급여 적용 대상에서 아예 퇴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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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노바티스는 지난해 8월 검찰 조사 결과 2011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총 5043회, 25억963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학술행사 명목의 접대 수법으로 의사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바있다.

◆ 6개월 간 급여정지 처분 받은 9개 의약품은?

복지부는 노바티스의 치매치료제 엑셀론과 골대사 제제 조메타 등 9개 품목에 대해 6개월 간 보험급여를 정지했다.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불법 리베이트 대상 약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급여정지 처분을 한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 의약품에서 제외되면 해당 약에 대한 처방과 조제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매출이 급감해 제약사는 경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번에 급여정지 처분이 내려진 의약품의 지난 1년 간 급여액은 170억원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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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급여정지 처분을 받은 9개 품목 /보건복지부 제공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치매치료제 엑셀론캡슐·패취의 경우, 다수 회사가 동일성분 대체약제를 생산, 유통 중이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심각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판단돼 동일 용량으로 변경, 투약이 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급여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 글리벡·트리렙탈 급여정지 면했다… 551억원 과징금 폭탄

이번에 복지부는 동일제제가 없는 단일 품목 23개와 환자에 심각한 영향이 우려되거나 급여정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10개 품목 등 총 33개 의약품에 대해 551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여기에는 항암제 ‘글리벡’과 뇌전증치료제 ‘트리렙탈’ , 면역억제제 ‘산디문뉴오랄’ 등이 포함된다. 국민건강보험법은 ▲퇴장방지의약품 ▲희귀의약품 ▲동일제제가 없는 단일 품목 ▲복지부장관이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 등에 한해서 급여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일단 과징금 처분으로 ‘글리벡 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백혈병(혈액암)치료제인 글리벡은 반응을 보이는 환자는 수년간 장기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여서 백혈병 환자들이 급여 정지 처분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해왔다.

곽 과장은 “약제 변경 시 동일성분 간이라도 적응 과정에서 부작용 우려가 있고 질환이 악화될 경우 생명과 직결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처분 심의 과정에서 임상 의사들은 환자의 위험성을 우려해 뇌전증 치료제 ‘트리렙탈’에 대한 급여정지 처분에 대해 전면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곽 과장은 “뇌전증은 약제 혈중 농도 유지가 중요한 질환이라 약제 변화시 발작 위험이 있고 일회적 발작일지라도 발생 상황에 따라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소아 환자의 경우 더욱 민감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면역억제제 산디문뉴오랄도 치료역이 좁아 약제 변경으로 인한 혈중 농도의 작은 변화가 약효에 큰 영향을 미칠수 있고, 혈중 농도 저하 시 이식 거부 반응이 발생하고 농도 상승시 감염 위험이 증가하는 등 환자의 생명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됐다.

고지혈증 치료제 레스콜캡슐의 경우 유일한 대체약제의 수입사가 노바티스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급여정지 시 오히려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판단해 경제적 제재인 과징금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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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정지 및 과징금 부과 기준 /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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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551억원은 건강보험이 해당 약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과 약국에 지불하는 비용)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민건강보험법의 급여정지 및 과징금 부과 기준에 따르면, 1개월 급여 정지는 부과비율이 요양급여비용의 15%, 2~3개월은 20%, 4~5개월은 25%, 6~7개월은 30%, 8~10개월은 35%, 11~12개월은 38%로 적용한다.

복지부는 이번 사전처분에 대한 한국노바티스의 이의신청 절차를 거쳐 다음 달 본 처분을 확정할 예정이다. 또 급여정지 대상 약제에 대해 의약품안심서비스(DUR 시스템)를 활용해 처분에 대한 사전예고 및 요양기관의 철저한 사전 준비를 요청하하고 대체약제의 추가 생산, 유통과 요양기관 내 입찰, 구매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처분 유예기간(최대 3개월 이내)을 두는 방안을 검토해 환자 치료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바티스 측은 “이번 일로 업계와 환자분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여 환자들의 안전과 치료 접근성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회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윤리경영 강화를 위한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며 “사내 규정 및 준법 감시 기능을 대폭 강화했음은 물론, 영업 성과평가제도의 근간을 쇄신했다"고 덧붙였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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