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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대담한 디자인 … 혁신은 뿌리로 돌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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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에랄도 폴레토 살바토레 페라가모 그룹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폴 앤드류 여성 슈즈 총괄 디렉터의 새로운 컬렉션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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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가모’ 글로벌 CEO 에랄도 폴레토

올해 창립 9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이하 페라가모)는 고급 여성 슈즈의 대표격이다. 오늘날 성공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 대부분이 의류나 핸드백, 여행용 가방에서 출발한 것과 달리 페라가모는 구두에서 시작했다. 이탈리아 남부 출신 구두장인 살바토레 페라가모(1898~1960)가 미국에 이민 가 할리우드 여배우들을 위해 신발을 만들다가 귀향해 창업한 게 지금의 회사다. 최근 페라가모는 영국 디자이너 폴 앤드류를 여성 슈즈 총괄 디렉터에 임명하고 슈즈 컬렉션에 변화를 줬다.

2017 프리 폴(Pre-Fall) 여성 슈즈 컬렉션 론칭에 맞춰 방한한 페라가모 그룹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에랄도 폴레토를 만났다.

-페라가모가 여성 슈즈 총괄 디렉터를 임명한 게 처음이라고 들었다.

“맞다. 폴 앤드류가 2016년 9월 여성 슈즈 총괄 디렉터로 부임했다. 우리에게 큰 변화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우리가 처한 현실 때문이다. 지금 럭셔리 업계는 잘 되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로 양분됐다. 지금까지는 바람이 우리 편으로 불었는데,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 제품과 고객에 다시 한 번 집중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 창의적인 디자이너가 필요했다. ”

-핵심 비즈니스를 슈즈로 삼아 비즈니스를 개편한 이유는.

“브랜드의 뿌리가 여성 슈즈 컬렉션 아닌가. 지금은 핸드백·의류·향수·호텔 등으로 확장했지만 여전히 페라가모를 지탱하는 기둥은 슈즈다. 슈즈 부문이 그룹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

-변화의 방향은 어떻게 잡았나.

“럭셔리 브랜드도 젊은 밀레니얼 고객을 잡아야 한다. 미래에는 더욱 더 그럴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로열티보다 재미와 즐거움을 찾는다. 즐거움을 주지 못하면 언제든지 이탈한다. 그래서 그들이 좋아하는 과감한 색, 대담한 디자인을 통해 즐거움을 주고자 했다. 마침 창업자의 초창기 작품과도 일맥상통한다. 우리에게 혁신은 결국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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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앤드류 여성슈즈 디자인 총괄 디렉터, 배우 이민정, 제임스 페라가모 레더·슈즈 총괄 디렉터(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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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가모는 1927년 브랜드를 설립할 때 ‘건축가, 엔지니어, 탐미주의’ 이 세 가지를 슈즈 메이커의 필수로 봤다. 페라가모가 추구한 탐미주의는 비비드한(선명한) 컬러를 과학적으로 조합하고, 편안하면서도 과감한 디자인로 나타났다.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가 즐기는 재미 요소와 맥이 닿는다. 이에 앤드류 디렉터는 페라가모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 새 컬렉션을 완성했다. 아카이브에는 1만5000켤레의 신발이 등록돼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이콘과 디자인이 재창조됐다. 30년대 후반에 나온 F 웻지(F Wedge)가 컬럼 힐(Column Heel)로 다시 태어났다. 꽃잎 모양 구두 굽 같이 재미 요소를 많이 넣었다.

-기존 고객의 반응이 궁금하다.

“베이비부머와 밀레니얼 고객의 특징은 매우 다르다. 지금까지 럭셔리는 베이비부머의 언어로 소통해왔으나 밀레니얼은 다른 코드를 갖고 있다. 베이비부머도 젊어 보이기를 원하기 때문에 둘의 취향이 완전히 상충되지는 않는다.”

-페라가모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길 원하나.

“나는 리거시(legacy·유산)란 단어를 좋아한다. 과거에 국한된 게 아니라 미래

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우리 리거시는 창의성, 혁신, 장인 정신, 고객에 대한 사랑을 포괄한다. 창업주가 추구했던 최신식 기술(High-Tech)과 높은 수준의 장인정신(High-Craft)의 조합에 중점을 두고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진화해 나가고자 한다.”

-사업 분야를 추가로 확장할 계획이 있나.

“슈즈와 핸드백 등 가죽제품이 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기성복 컬렉션도 중요하다. 슈즈·핸드백과 어울리는 전체적인 룩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향수·호텔 등이 더해지는데, 당분간은 지금과 같이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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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명소에 폴 앤드류 컬렉션 슈즈를 랩핑한 이미지를 프린트한 대형 월이 설치된 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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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시장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속도가 우리가 진화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소 보수적으로 움직였다. 쉬운 길로 가는 타협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가기 위해서 이제는 속도를 좀 더 올려야 한다. 기어를 바꿀 때가 됐다.”

-본인의 리더십 스타일을 평가하자면.

“리더는 목표와 비전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이 늘 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열정과 헌신에 있어서 모범을 보이려고 한다. 나는 평생을 럭셔리와 유통 분야에서 일해왔다. (브룩스 브라더스 전략 개발 책임자, 훌라 최고경영자, 던힐 최고경영자 출신) 내 일을 사랑한다. 30대 이 후 지금까지 하루 평균 4시간정도 잠을 잔다.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잠을 잘 시간이 없다.”

글=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박현영 기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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