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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단독] "참기름 묻으면 깨져요"…황당한 냉장고 선반(2017.04.24 8뉴스 리포트)
"냉장고 선반도 놀란 참기름의 고소함"
냉장고 선반에 참기름이 닿으면 플라스틱이 깨질 수 있다는 제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이 댓글에 5천 분이 넘는 네티즌들이 '좋아요'를 눌러주셨습니다. 저도 이 댓글을 보다가 순간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습니다('뿜었다'라는 말이 더 느낌이 살긴 합니다). '위트 있으신 시청자님이시구나…' 사실 저는 평소 기사가 나간 뒤 댓글을 보지 않습니다만, 이번에는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혹시 제 기사에 나간 피해자 말고도 피해 사례자들이 더 있을지, 추가 보도를 위해 취재협조를 부탁드릴 분이 계시면 좋겠단 생각으로 1천 개 가까운 댓글을 하나하나 챙겨봤습니다.
고소함이 일품인 참기름과 들기름! 벌써 입에 침이 고이는데요. 이번 냉장고 선반 파손 문제에서 똑같이 문제 될 수 있는 게 올리브유입니다. 그런데 올리브유를 주로 쓰는 식생활권에서는 올리브유를 냉장고에 잘 넣지 않죠. 하지만 저 역시도 그렇고 많은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은 냉장 보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기름과 들기름, 어찌 보면 우리나라에서 유독 중요한 식재료이기 때문에 이번 냉장고 플라스틱 선반 파손 문제는 특히 내수시장에서 중요한 이슈입니다.
8시 뉴스를 통해 방송됐던 피해 사례자께서는 1년반전 결혼 혼수로 당시 최고급 제품이던 삼성전자 셰프컬렉션을 구입했습니다. 지난 3월 말 남편분이 냉장고를 열어 생수병을 꺼냈다 넣는 순간, 오른쪽 냉장고 문 안쪽 파란색 플라스틱 선반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저도 삼성전자 냉장고를 쓰고 있고, 오른쪽 냉장고 문 허리 높이쯤 되는 딱 중간 선반에 참기름 들기름 놓습니다. 이 댁에서도 딱 그 위치에 참기름과 들기름이 든 유리병을 보관했습니다. 냉장고 선반 파손으로 남편분은 무거운 유리병에 발가락과 발등이 찍혀서 찢어져 피가 나고 발가락 골절 위험도 있어 응급실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피해자께서는 남편 사고 때문에 경황이 없어 며칠 잊고 있다가 사고 며칠 뒤에 삼성 서비스센터에 전화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선반을 바꿔야 하니까요. 그때 두 귀를 의심했다고 합니다.
(사례자) "처음엔 무게 때문에 플라스틱이 깨진 거라고 생각하고 삼성 측에 문의했는데, 그쪽에서 대뜸 혹시 가드(병꽂이 선반)에 참기름병을 올려놨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선반 병꽂이 부분에 참기름, 들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을 올려놓아서 사고가 났다는 겁니다.
(사례자) "황당했죠. 기름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게 주부들의 생활습관일 것인데, 기름을 거기에 놨기 때문에 마치 저희 잘못으로 파손이 된 것처럼 말씀을 하셔 가지고 당황스러웠고요."
피해자분은 삼성전자 측에 "처음에 냉장고 살 때 식물성 기름에 의한 플라스틱 파손 가능성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따져 물었더니, 삼성에서는 사용설명서에 있다고 응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해자 부부는 지금도 냉장고 사용설명서를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내용이 없다고 재차 따져 물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사용설명서 중 '주의사항' 코너도 아닌 '생활의 지혜' 코너에 '식물성 기름을 올려놓으면 기름이 병 안에서 굳을 수 있음'을 표시해 놨다고 해명했습니다. 취재 갔을 때 제가 본 사용설명서의 '생활의 지혜'에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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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기름(오일)을 보관하려면
식물성 기름(오일) 용기 개봉 후에는 냉장실 다용도칸(가드)에 보관하지 마세요.
냉장 보관 시엔 기름이 굳게 되므로 개봉 후에는 반드시 냉암소에 보관하시고 드셔야 합니다.
※식물석 기름(오일): 콩기름, 올리브유, 참기름 등
만약 저한테 이런 일이 있었다면 "내가 선반에 무거운 걸 많이 올려놔서 그런가…."하고 넘어갔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실제로 제가 이번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접촉했던 냉장고 선반 파손 피해자들도 대부분 비슷한 생각들을 하셨다고 합니다. 저와 전화 통화로 취재에 응해주셨던 셰프컬렉션 선반 파손 피해자 한분은 지금까지 두달 넘게 냉장고 병꽂이 부분 선반 없이 불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분도 역시 방송에 나간 딱 그 선반에 참기름과 들기름을 항상 보관하셨다고 합니다. 파손 이후 삼성 서비스센터에 전화했더니 '센터에 와서 선반을 구입해 가시라'는 응대를 받았고 이래저래 바쁘다 보니 지금까지 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보도 이후 다시 서비스센터에 전화했더니, 바로 집으로 가져다주겠다고 했다는 소식도 전해주셨습니다.)
피해자분도 위에 언급했듯 처음에는 '무거운 걸 올려서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이런 대기업 제품을 쓰다 하자가 생기면 먼저 본인 탓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삼성', 'LG'라는 대기업의 이름은 그 자체가 신뢰와 믿음, 공신력이라는 단어와 등가적으로 여겨질 만큼 소비자 개개인에게는 '큰 이름'이니까요. 그래서 소비자들이 비싼 돈을 들여 대기업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기도 할 거고요. 피해자 분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삼성이 먼저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제품 구매자들에게 안내하고, 위험한 부품은 교체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합니다.
삼성 측은 전체 판매량을 정확히 공개하긴 어렵지만 그중에 10여 건, 아주 적은 숫자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이번 보도를 계기로 기름으로 인한 파손은 무상교환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 10여 건의 사고 중 하나로 사람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많은 소비자들이 '내 탓인가 보오' 생각에 신고도 안 했을 수도 있고, '이 사고가 참기름 때문이오'라고 신고한 분은 아마 한 분도 없었을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파손된 것만 바꿔주겠다, 괜찮을까요.
그래서 이런 제품의 안전성을 조사해 리콜을 결정하는 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에 문의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리콜'로 알고 있는 '결함보상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사고조사'를 신청하거나, 관련당국이 제품안전기본법에 의거해 직권으로 '안전성 조사'를 먼저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소비자 신고는 들어온 것이 없어서 당장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하네요. 국표원 관계자는 "해당 보도를 봤고 상황은 파악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방송에 나간 케이스는 삼성 냉장고였지만, 이후 제 개인메일로 제보 주신 분들 중에는 LG 냉장고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제보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다시 설명드리겠지만, 참기름과 플라스틱 문제는 꼭 삼성 냉장고 아니더라도 다른 제품의 플라스틱에도 생길 수 있는 문제입니다. 소비자 안전을 위해 관련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방송 취재에 응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취재 과정에서 냉장고 선반 파손 피해를 제보해주신 분들이 꽤 있었지만 방송 인터뷰로 성사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취재에 응해주신 피해자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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