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
[뉴스웨이 조계원 기자]가계부채 문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되고 있다. 가계부채의 규모는 1450조원 이상으로 소비위축의 주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큰 짐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어제 오늘 언급된 것이 아니고, 최소한 5년 이상 전부터 지적되어 온 문제였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이제서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대출규제를 과거보다 조이기 위한 대책으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라는 제도를 검토해 오던 것을 사실상 시행하고 있다. DSR를 쉽게 설명한다면, A라는 개인이 갖고 있는 모든 대출금을 대출기한 내에 무조건 월 분할상환하는 것으로 평가하여, 이를 개인소득으로 나눈 비율 수치가 바로 DSR이다. DSR이라는 제도의 시행으로 개인들의 대출금액이 이전보다 축소평가되면서 대출 총액을 감소시켜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가계부채 대책으로 시행한 주택담보대출 비율, LTV는 주택의 담보가격을 기준으로 평가한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총부채상환비율, DTI는 대출별로 대출내용에 따라 이자금액+분할상환금을 소득대비 비율로 대출상환 능력을 평가한 것이라면, 이번에 시행하는 DSR이라는 제도는 모든 대출을 대출기한까지 무조건 매달 분할상환한다는 기준으로 대출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전 보다는 대출자들의 대출 금액이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얼마전 국민은행은 DSR 기준 300% 책정을 했다. 이는 A라는 직장인이 연봉 5000만원이라면, 이 사람이 금융대출로 인한 이자와 원리금 상환으로 연간 1억5000만원까지 지출하는 수준까지의 금액을 대출해 주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출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출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원 소득자라도 30년 장기 주택대출만 받은 경우 20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도 있고, 흔히 마이너스대출이라고 하는 대출자의 경우에는 마이너스 대출 1억4000만원 정도만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소득자라도 어떤 대출을 받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결과적으로 DSR은 연간 개념의 대출상환능력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 대출 1년제, 전세자금대출 등 5년이내의 대출자들이 훨씬 더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단기 대출자, 이자만 내는 대출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보금자리론·햇살론 등 정책자금 대출, 서민에게 제공되는 정책금융 대출, 승인받은 집단대출, 자영업자의 1년 기한의 대출, 신용카드 판매한도, 현금서비스 등은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지금의 제도로는 전세자금 대출기간이 1년 미만으로 남았을 경우 전부 상환 대출금으로 평가하고, 1년 이상의 대출기간이 남은 경우는 이자만 내는 것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연소득 5000만원 소득자가 만약 전세자금 1억5000만원 대출금의 만기가 1년 이내라면 전혀 대출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DSR의 평가 방법은 다소 보완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직·간접적으로 대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DSR 제도도 조만간 1금융권 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에도 확대 시행되리라 본다.
가계부채 대책의 하나인 DSR의 시행은 소득이 부족하거나, 단기성 대출을 갖고 있거나 직장이 없거나, 은퇴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 계층의 경우에는 이전보다 훨씬 대출받기에 어려워졌다. 하지만 가계부채를 무조건 나쁘다며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가계부채의 원인별, 실체별로 구체적이고 심도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금융측면 중심의 분석만이 아닌, 전 경제 차원에서 분석하여야 할 시점이다.
다시 말해, 가계부채가 개인별, 소득별, 담보별, 지역별, 연령별 차이가 많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포괄적, 획일적 접근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금융적 관점에서 가계부채를 접근하기보다는 보다 더 정교하게 설계된 전 정부 차원의 가계부채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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