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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자궁내 태아사망, 주치의 금고형에 의료계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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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법원이 자궁내 태아사망사건 주치의에게 금고 8개월을 선고한 가운데 의료인들이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스포츠서울 최신혜기자] 병원에서 진통 중이던 산모의 자궁 내에서 태아가 사망했다면, 의료진의 과실을 물어야 할까? 최근 ‘2014년 자궁내 태아사망’ 사건 주치의에게 금고 8개월을 선고한 법원 판결을 놓고 여론이 분분하다. 법조계와 검찰, 산모들은 주치의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불가항력적 사고에 의료인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독일 산모 자궁내 태아사망, 담당의 금고 8개월
사건은 2014년 11월 24일 일어났다. 임신 40주차에 접어든 독일인 산모 A(38)씨는 오후 10시경 분만을 위해 인천의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담당의는 B(여·42)씨. 문제가 발생한 것은 다음날 오전이었다. 오전 6시 15분부터 오전 9시 6분까지 약 3시간 사이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증세가 5차례나 발생한 것이다. 이후 태아의 심박동수는 다시 안정을 찾았고 A씨는 오후 2시 30분경 진통을 시작했다. B씨는 오후 4시 25분경 통증을 완화하는 무통주사액을 투여했고, 5분 후인 4시 30분경 태아의 심박동수를 검사했다. 당시 산모가 통증을 호소해 B씨는 산모에게 부착했던 ‘태아 심박동수 검사 감지기’를 제거했다. 오후 6시 무통주사의 약효가 떨어져 A씨가 다시 통증을 호소하자 B씨는 산모의 상태를 관찰하던 중 태아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검찰은 “태아의 심박동수가 급저하되는 증세가 이미 5차례나 발생해 특별한 주의 및 관찰이 필요한 산모와 태아를 1시간 30분 동안 최소한의 검사도 하지 않고 방치해 태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이어 지난 11일 인천지방법원 형사7단독(판사 이학승)은 A씨에게 금고 8개월을 선고했다. 판사는 “(태아인)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피해자 측과 합의하지도 못했다”고 판단했다.

◇의료계 “불가항력적 사고” 무죄 주장
의료계는 즉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뿐 아니라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구시의사회, 경상북도의사회, 전국의사총연합 등도 동참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자궁내 태아사망은 ‘언제든지’ ‘갑자기’ 발생할 수 있고 산부인과 의사라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며 “한 번 구속이 이뤄지면 선례가 돼 분만진행 중 자궁내 태아사망사건이 발생하면 의사가 교도소에 가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여시간 진통하며 불편한 태아 모니터링 벨트를 유지하고 있던 산모가 너무 힘들어해 한 시간여 남짓 쉴 수 있도록 모니터링 벨트를 뺀 것이며, 불행하게도 그 잠깐 사이 자궁내 태아사망이 일어났고 이것으로 하루 종일 밤잠을 설치며 산통을 함께하며 분만한 의사를 교도소로 보내겠다는 것은 비이성적 판결이라는 주장이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오는 29일 오후 6시 서울역광장에서 판결에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국의사총연합 역시 성명서를 통해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의 집회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분만과정 중 과실을 이유로 의사를 교도소로 수감시키는 것은 의료행위의 본질을 무시하는 처사로 대한민국에서 의사로서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일이며 대한민국 의사로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판사의 폭거다”라고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법률 지원에 나서며 산부인과학회는 회원 대상으로 탄원서 서명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일부 산모들의 입장은 다르다. 의료 전문가로서 위급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한 데도 책임이 있다는 것. 오는 5월 출산을 앞둔 산모 최모(31) 씨는 “사고 전 심박동수가 다섯 차례나 낮아졌는데 한 시간 반이나 장치를 빼고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것은 산모뿐 아니라 의료인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할 문제”라며 “지인은 두 차례 정도 심박동수가 낮아지자 의료진이 바로 태아의 안전을 위해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에서 발생했던 유사사례와 판결에 주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지난 2006년 2월 18일 후쿠시마현 경찰은 전치태반유착 과다출혈로 인한 사망을 막지 못했다는 사유로 오노병원의 의사를 긴급 체포했고 해당 의사는 징역 1년형을 구형 받았다. 당시 일본 의료계, 산부인과학회, 산부인과의사회 등은 판결에 항의, 지속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고 2년 5개월 뒤 결국 일본 법원은 불가항력적 사망사고였음을 인정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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