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9 (화)

"과도한 감시와 의심의 눈초리"…어린이집 교사는 괴롭다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CCTV 수시로 확인 요구…교사들 스트레스 ↑

뉴스1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 모습 (자료사진)/ 뉴스1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최동현 기자 = 지난 몇년간 어린이집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동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설치가 의무화되고 교사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어린이집 교사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A교사는 최근 발생한 사건으로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말 A교사가 어린이집에 다니는 두살 터울 자매 중 언니의 감기약을 동생에게 먹이면서 사달이 났다.

사건 당일 자매의 학부모는 A교사에게 하루 두차례 약을 투약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A교사는 오전에는 제대로 약을 먹였으나 오후에는 언니에게 먹여야 할 약을 동생에게 투약하고 말았다. A교사는 곧바로 투약을 잘못한 사실을 알아채고 학부모에게 연락을 한 뒤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서 검진을 받았다.

학부모는 '위세척'을 요구했지만 A교사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의사의 소견과 아이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아 위세척을 하지 않았다.

A교사는 어린이집을 찾아와 항의하는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이후 어린이집 원장도 학부모의 집을 방문해 사죄했으나 부모는 경찰에 A교사를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경기 부천에서 근무하는 어린이집 교사 김모씨(29·여)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최근 어린이집에서 한 남자아이가 계단을 내려오던 중 넘어진 일에 대해 부모가 교사의 책임으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오히려 김씨가 넘어지는 아이를 재빨리 붙잡아 상처가 크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론 학부모의 화를 달랠 수는 없었다.

결국 아이의 부모는 어린이집에 항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할 구청에 신고까지 했다. 이후 오해가 풀리면서 뒤늦게 부모가 사과했지만 김씨 마음에 생긴 상처는 회복되지 않았다.

또 다른 어린이집 교사 박모씨(29)도 수시로 CCTV확인을 요청하고 교사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학부모의 시선에 "교사로서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한 아이가 기저귀가 커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지속해서 부모에게 말씀드렸음에도 기저귀를 바꿔주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아이가 상처를 입자 오히려 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들었다"며 "다른 아이보다 자신의 아이에게 관심을 덜 줘 상처가 난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어린이집에서 잇따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런 시설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을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나를 비롯한 모든 어린이집 교사들이 의심을 받고 죄인 취급 당하는 게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조윤정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부장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 내 CCTV를 무작정 본다고 하거나 지속해서 민원을 넣어도 어린이집 교사들은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교사들이 악성 민원들에 대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창구 마련과 함께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틑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otgus@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