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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남부의 또다른 백악관 마러라고 리조트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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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러라고 리조트 전경. /사진=마러라고 리조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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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바라본 마러라고 리조트. 왼쪽이 대서양, 오른쪽이 워스 호수.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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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6] '남부 백악관(Southern White House)'.

미국 언론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별장 마러라고 리조트를 부르는 별칭이다.

마러라고(Mar-a-Lago) 리조트는 스페인어로 '호수로 가는 바다'라는 뜻이다. 플로리다의 워스 호수와 대서양 사이에 위치한 입지를 본떠 붙인 이름이다.

마러라고 리조트는 유명 시리얼 식품 회사 '포스트'의 상속녀 마저리 메리웨더 포스트가 1927년 8만달러를 들여 지었다. 이탈리아 프레스코 양식으로 지어진 이 리조트는 총 2만3383평 규모에 126개의 방, 크고 작은 정원, 수영장, 그리고 9홀짜리 골프 코스를 갖추고 있다. 내부엔 이탈리아 및 스페인산 타일이 깔렸고 화려한 금 장식이 가미됐다. 아름다운 외관으로 역사기념물로도 지정돼 있다.

포스트는 1973년 세상을 떠나며 이 저택을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해주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 이듬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이곳을 찾기도 했으나, 근본적으로 대통령 별장으로 쓰기엔 연 100만달러에 달하는 관리비용이 큰 부담이었다. 근처 국제공항에서 수시로 오가는 비행기 때문에 경호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마러라고 리조트를 별장으로서 부적합하게 만든 이유였다.

그때 떠오르는 젊은 부동산 재벌 트럼프가 나타났다. 트럼프는 1985년 2500만달러에 이곳을 팔라는 제안을 던졌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리조트 앞에 집을 지어 바닷가 전망을 가려버리겠다고 위협했다. 특유의 트럼프식 협박 전술이었다. 결국 트럼프는 원래 제시한 가격보다 절반 정도에 불과한 800만달러에 이곳을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부동산 부호에게 리조트를 넘긴 포스트의 꿈은 좌절되는 듯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 대권을 거머쥐었고, 그가 리조트를 겨울 백악관으로 쓰기 시작하며 지하에서나마 숙원을 이룰 수 있었다.

마러라고는 지금도 회원권제로 운영된다. 회원가는 20만달러(2억2500만원)다. 전체 리조트 가격도 20배로 뛰어 2억달러(2200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는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별도 공간을 이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사랑은 대단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래 총 시간의 5분의 1을 마러라고에서 보냈다고 보도했다. 취임 첫째, 둘째, 여섯째 주를 제외하고는 주말마다 내려가 골프를 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80일 동안 마러라고 방문 경비로만 2160만달러(243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년치 여행경비와 맞먹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마다 찾아와 정상회담을 가지고 국정을 논의한 덕에 마러라고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이곳에서 골프 회동을 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같은 곳에서 만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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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에 만찬장에서 긴급 회의를 가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와 아베 총리. /사진=투자자 리처드 디에가지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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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개된 장소에서 일정이 이뤄지며 경호 비용이 치솟았고, 보안 역시 불안하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아베 총리와의 회동 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긴급안보회의가 개최됐고, 안보 관계자도 아닌 참석자가 이를 그대로 촬영해 트위터에 올리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바탕 비판 세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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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데이비드 전경.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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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러라고 리조트가 새로운 별장이 되면서 원조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는 찬밥 신세가 됐다. 1938년 건설된 캠프 데이비드는 워싱턴DC에서 헬기로 30분 거리인 메릴랜드주 커톡틴 산맥 속 호젓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자신의 손자 데이비드의 이름을 붙였다. 사격장, 농구장, 승마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등이 다녀갔다.

산속 깊은 곳에 가시 박힌 철제 펜스로 둘러싸인 캠프 데이비드는 마러라고와 달리 철통 보안을 자랑한다. 탁 트인 마러라고 리조트와 비교하면 정상회담 장소로도 적절하다.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 중동전쟁 평화교섭이 이곳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바로 그 유명한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투박한 모습의 캠프 데이비드를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기자들에게 "캠프 데이비드는 매우 녹이 슬었다. 좋은 곳이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얼마나 갈까? 한 30분 정도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역사적 중요성에선 캠프 데이비드가, 접근성에선 마러라고가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안정훈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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