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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퍼스트 레이디'보다 더 센 '퍼스트 도터'의 첫 해외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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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딸 이방카, 베를린 여성경제정상회의 참석

삼엄한 경호 속 화려한 의상 눈길 끌어

아버지 여성관 때문에 야유 듣기도

"충성스런 공범 될까" 보도에 이방카 "부적절한 표현"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왼쪽 첫번째)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 두번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 네덜란드 막시마 왕비(오른쪽)와 함께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여성경제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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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레이디‘ 보다 영향력이 큰 미국 대통령의 ‘퍼스트 도터’가 첫 해외 방문에 나섰다.

삼엄한 경호가 제공되고 옷차림 등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등 영부인 못지 않는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아버지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 때문에 그의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청중의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가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여성경제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방카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과 나란히 앉아 패널 토론에 참여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 막시나 네덜란드 왕비 등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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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트럼프가 독일 베를린이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찾아 숙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방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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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회담한 메르켈 총리가 이방카를 초대했다. 이방카는 당시 백악관 회담 때 메르켈 옆자리에 앉았다. “독일 당국자들은 미국과의 무역ㆍ외교에서 이방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방카가 베를린을 찾을 때 영부인인 멜라니아는 뉴욕에서 시간을 보냈다.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관을 찾은 이방카의 주위엔 독일 경찰과 정보기관원들이 사방에 배치돼 치밀한 경호를 제공했다. 베를린 시민 수십명은 이방카를 보려고 몰려들기도 했다. 이번 방문은 전통적으로 영부인이 해오던 역할을 이방카가 대신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하지만 영부인을 대신한 딸은 환영만 받진 못했다. 일하는 여성의 일과 가정의 균형 찾기를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트럼프의 여성관과 관련해 곤혹스런 질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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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 트럼프가 지멘스의 직업 교육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방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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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사업을 하며 백악관에서 아버지를 보좌하는 것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다. 토론 사회자는 “퍼스트 도터는 독일인에게 익숙하지 않다. 당신은 누구를 대변하나. 아버지인가 미국인인가 아니면 당신의 사업인가“라고 물었다. 이방카는 “가장 마지막(사업)은 확실히 아니다”며 “아직 나도 생소한데, 듣고 배우는 중이며 영향력을 발휘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이방카가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한 훌륭한 챔피언"이라고 말하자 청중들이 야유를 보냈다.

사회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여성에 대한 관점이 여성의 권리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하자 이방카는 “언론의 비판을 듣고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아버지와 함께 일한 여성 수천명이 그가 여성들도 남성만큼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을 증명해준다“고 말했다.

이방카는 회의 후 지멘스의 조 캐서 최고경영자와 만나 직업교육 현장을 함께 둘러봤다. 이후 도이체방크의 베를린지점 건물에서 메르켈 총리 등과 기념 만찬을 했다. 이방카는 만찬장에 하얀 드레스 차림에 커다란 녹색 귀걸이를 하고 나타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행사장 밖에선 시위대 수십명이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이방카 거부'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항의 집회를 벌였다.

독일 사회민주당 소속 한 정치인은 트위터에 “메르켈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의 딸과 외교를 하는 게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나 뿐이냐”는 글을 올렸다.

현지 일간 베를린 자이퉁은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자녀이자 그의 가장 중요한 조언자다. 이방카는 많은 이들이 바라는대로 아버지를 온건한 길로 유도할까, 아니면 충성스런 공범(accomplice)이 될까"라고 보도했다.

이방카는 베를린 현지에서 NBC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공범이란 단어를 쓰는 건 생산적이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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