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25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 체결 5주년을 맞아 한국과 FTA 재협상에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같은 날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추가적인 행동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합당한 시기가 왔다"고 설명한 것과 맞닿는 부분이다.
로스 장관은 또 "연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완전히 정정하는 등 현행 무역협정 재협상 및 새로운 무역협상 개시에 대한 재검토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무역 협상 재검토 작업에는 통상 수년이 걸리지만 국내외 정세를 고려해 8개월 안에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는 탈퇴했지만 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이나 중국과의 양자 투자협상은 되살리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영국이나 유럽연합(EU)과도 새로운 양자협정 체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자국 알루미늄·반도체·조선 분야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도 시행할 것이라는 뜻을 강조하기도 했다. 로스 장관은 앞서 철강과 함께 알루미늄, 차량, 항공기, 조선, 반도체 산업을 6개 핵심산업으로 지목했었다.
로스 장관은 "이들 분야가 지난 1962년 제정된 무역확대법(United Expansion Act) 제232조를 근거로 보호 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때 수입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는 수입산 철강에 대한 긴급 조사를 촉구한 데 이어 나온 입장이라 글로벌 무역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캐나다산 목재에 대한 20% 상계관세 부과 방침이 트럼프 행정부가 전면에 내세울 보호무역 조치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위크 등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정밀조사를 촉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에너지와 환경에 대해서도 여러 건의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행정명령이 발효됨에 따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 무역법에 의거해 270일 안에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90일 안에 수입을 조정할지 또는 다른 조치를 할지 여부 등을 결정한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FTA와 무역적자를 재검토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FTA는 지난 5년간 양국의 통상이슈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용한 플랫폼으로 작용해왔다"고 강조한 뒤 "현재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두고 한·미 FTA와 관련한 미국 측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캐나다와의 무역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는 유제품과 연질목재 무역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상계관세 부과라는 구체적인 보복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캐나다 정부는 "불공정한 것은 미국의 관세 부과"라면서 자국 산업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캐나다가 연질목재 수출업체에 장려금을 지원해 미국 시장에서 부당하게 가격경쟁력을 높였다고 지적하면서, 캐나다산 연질목재에 20%의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의 무역에서 많은 적자를 내는 유제품 부문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캐나다는 위스콘신을 비롯한 여러 주에 있는 미국 낙농업체들을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두고 보라!”라고 말하며 보복 조치를 연질목재에서 유제품까지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농업을 장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심각한 무역 적자 문제를 안고 있다. 우리가 이만큼의 적자를 내고 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라고 말하면서 캐나다와의 무역 전쟁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윤은숙 kaxi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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