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띠산 웡딴이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매달아 목숨을 끊은 태국 푸껫의 한 버려진 호텔에 경찰이 도착해 사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25일 방콕포스트 등 태국 언론들은 워띠산 웡딴(21)이 휴양지 푸껫의 한 버려진 호텔에서 11개월 된 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했다고 보도했다. 워띠산은 전날 아내와 말다툼 후 살인을 저질렀다. 워띠산의 친척이 영상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두 숨진 뒤였다.
페이스북은 25일 희생자 가족들에게 애도를 표시하고 영상을 삭제했다. 하지만 뒤늦은 대처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워띠산이 딸을 살해하는 장면은 전날 오후 4시50분쯤부터 생중계됐는데 다음날 오후 5시가 돼서야 삭제됐다. 지난 16일 클리블랜드에서 노인이 살해되는 영상이 올라왔다며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신고가 빗발쳤을 때도 해당 영상은 2시간 뒤에야 삭제됐다.
태국 디지털경제부는 영상 삭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연락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페이스북을 기소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페이스북은 동영상서비스 제공자일 뿐이고, 자체 매뉴얼에 따라 해당 영상을 삭제하는 등 당국 요청에 잘 협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 전에도 성폭행, 동물학대 등 잔혹범죄를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는 사례는 많았다. 지난 1월 스웨덴 웁살라에서는 남성 3명이 여성 한 명을 집단성폭행하는 걸 생중계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는 흑인 남녀 4명이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한 10대 백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환자를 조롱하고 집단 구타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욕했다. 2월 뉴저지주 엥글우드에서는 한 남성이 쥐를 잔인하게 죽이는 걸 방송해 공분을 샀다.
페이스북은 논란이 계속되자 동영상 게시물을 검토하는 전담부서를 꾸리고 직원 수천명을 투입했다. 삭제 대상이 된 동영상이 공유되지 못하도록 막는 소프트웨어도 만들었다. 알고리즘으로 검토가 필요한 영상은 자동으로 표시되도록 하는 시스템도 시험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 신고가 접수되기 전까지 기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결국은 사후대책이고 이마저도 엄청난 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소셜미디어의 파급력을 걱정하는 쪽에서는 생중계 서비스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페이스북은 이 제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2015년말부터 도입된 생중계서비스는 페이스북의 인기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광고수익의 원천으로 페이스북에서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콘텐츠가 됐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