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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아찔한 롤러코스터 |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외줄타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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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는 비극의 산물이다. 인간은 지구에 익숙하지 않고 진화도 덜 된, 그러나 직립보행과 손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지구별의 지배자가 된 존재다. 그러나 이유 없는 불안으로 늘 흔들리는 삶을 살곤 한다. 롤러코스터는 극단적 공포를 통해 잠시나마 삶에 대한 불안을 잊게 해주는 인간의 발명품이다 무서울수록 인기라니, 도대체 인간은 언제나 평온한 존재가 될 것인가.

시티라이프

롤러코스터는 만들어진 소재를 보면 목재와 강철 두 가지로 나뉜다. 얼핏 금속이 더 무서울 것 같지만 진동의 질감, 소리가 주는 육중함 따위 때문에 대체적으로 목재 롤러코스터가 더 무섭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자는 청룡열차, 바이킹도 제대로 타지 못하지만 취재를 위해 타야 했던 끔찍한 경험을 꽤 해본 터이다.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제일 무서운 롤러코스터는 ‘골리앗’이라는 이름의 목재 롤러코스터로 알려져 있다. 직접 타 보진 못했지만, 시속 116km에 경사 85도가 뭐 그리 무서울까 싶기도 하다. 미국 일리노이주 미시간호수 연안에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 있는 시더포인트의 ‘탑스릴드랙터스’는 내가 아는 한 세상에서 두 번째로 무서운 기구다. 193km의 속도로 130m 꼭대기까지 수직 상승했다 수직으로 하강한다. 이 롤러코스터는 순식간에 출발했다 정신 차려보면 플랫폼에 도착해 있는, 그리하여 직접 타보는 것보다 옆에서 구경하는 게 더 아찔할 수도 있는 기구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라토스피어스 카지노호텔의 300m 옥상에 설치된 ‘엑스스크림’은 내가 본 세계 최악의 공포 롤러코스터이다. 시소를 타고 라스베이거스 지상을 향해 내려가다 덜커덩 멈추었을 때, 겁 많은 사람들은 속옷 걱정을 해야 하는 아찔함이 있다.

일본에도 사용자를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는 롤러코스터들이 수두룩하다. 일본은 롤러코스터를 제트코스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일본 곳곳에 제트코스터 테마파크가 있지만 후지산 기슭의 후지큐 하이랜드는 절규의 동산으로 정평이 나있다. ‘도돈파’라는 이름의 제트코스터는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전투기의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짜릿한 놀이기구이다. 항공모함은 짧은 활주로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기 위해 에어런치라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도돈파를 타면 출발 1.8초 만에 시속 172km를 찍는, 바로 그 에어런치의 아찔함을 즐길 수 있다. 아찔하다기보다는 어안이 벙벙했다는 사용자 후기도 있다.

시더포인트의 탑스릴드랙터스를 비웃기라도 하듯 121도의 낙하 각도를 지닌 ‘타카비샤’도 이곳 후지큐 랜드에 있다. 도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도쿄돔시티를 추천한다. 이곳에 있는 ‘선더 돌핀’은 최대 속도 130km로 대도시 도쿄를 질주하는 대형 롤러코스터이다. 80도의 급경사에서 뚝 떨어지는가 싶다가 다시 무서운 스피드로 빌딩 꼭대기를 향해 튀어 오르고, 벽의 구멍을 통과하고 관람차 사이를 지나가는 정신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요코하마 코스모 월드의 다이빙코스터(뚝 떨어지는 롤러코스터의 통칭) ‘바닛슈’는 물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장면을 연출, 놀라움을 더해준다. 물론 입수는 아니고 지하 터널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나고야 근처 나가시마 스파랜드에는 세계 최장급 롤러코스터 ‘스틸드래곤 2000’이 있다. 주행거리 2479m, 최고 고도 97m, 최고 속도 시속 153km의 공포 스팩으로 늘 세계 랭킹 10위권에 올라가는 수준이다.

[글과 사진 이영근(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576호 (17.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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