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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Health Journal] 초미세먼지, 진돗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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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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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활동이 잦은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발 북서풍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철부터 시작되어 봄철 맹위를 떨치는 초미세먼지와 황사는 하루 걸러 '나쁨(일평균 81~150㎍/㎥)' 또는 '보통'이 계속 예보되고 있다.

황사는 아시아 중심부에 위치한 사막과 황토 고원지대에서 발생한 작은 모래 먼지로, 강한 바람에 의해 상승해 이동한 후 다시 지상으로 떨어진다. 황사가 한번 발생하면 동아시아 상공에 떠도는 미세먼지의 양은 약 100만t이며 이 중 우리나라로 날아와서 쌓이는 미세먼지의 양은 최대 8만6000t 정도로 대량의 유해물질이 생성된다. 황사 입자 중 우리나라까지 이동해 오는 황사는 주로 1~10㎛ 크기의 미세먼지다. 1㎛ 입자는 수년 동안 공중에 부유할 수 있고, 10㎛ 입자는 수시간~수일 정도 부유한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황사의 주성분은 규소, 알루미늄, 칼륨, 철, 마그네슘 등의 산화물이었으며 주로 호흡기를 자극해 질환을 유발시켰다. 최근에는 황사가 중국의 공업지대를 지나면서 납, 비소 등 중금속 및 발암물질까지 포함하게 되었으며 황사 발생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28건의 황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한 황사 중 50%가 납과 같은 중금속 물질이 포함된 독성먼지로 분류됐다. 재단법인 서울의과학연구소(SCL)가 최근 건강검진을 받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혈액 중금속 검사를 시행한 결과, 황사 발생일수가 가장 많은 3월의 납(20.3 ㎍/ℓ), 비소(7.1 ㎍/ℓ) 평균치가 황사의 영향이 비교적 낮은 1월 납(16.1 ㎍/ℓ), 비소(4.9 ㎍/ℓ)의 평균치보다 각각 26%, 45%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가늘고 작은 먼지 입자로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대기오염물질이다. 먼지는 입자 지름이 10㎛(1㎛=100만분의 1m·0.001㎜) 이하일 경우 '미세먼지(PM10)'라고 하고, 2.5㎛보다 작으면 '초미세먼지(PM2.5)'라고 부른다. PM은 particulate(미립자상태)와 matter(물질)의 머리글자로 '대기 중에 떠도는 고체나 액체의 작은 입자상 물질'을 말한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60~70㎛인 머리카락의 6분의 1 이하이며, 초미세먼지는 30분의 1로 눈으로 볼 수 없는 크기다. 미세먼지(PM 10)와 초미세먼지(PM 2.5)는 1㎥ 공간 안에 24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양의 먼지가 있느냐에 따라 △좋음(파랑)=0~30㎍/㎥(미세먼지 기준), 0~15(초미세먼지 기준) △보통(초록)= 31~80, 16~40 △약간 나쁨(노랑)= 81~120, 41~65 △나쁨(주황)= 121~200, 66~150 △매우 나쁨(빨강)= 201~, 151~ 등으로 구분한다.

초미세먼지는 '아주 작다'는 기준의 10㎛보다 약 4배나 작아 호흡기가 거의 걸러 주지 못한다. 몸 안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점막의 점액과 섬모(실 같은 털)운동을 통해 걸러진다. 하지만 초미세먼지는 아주 작아 코·입을 통해 기관을 지나 폐에 이른다. 폐에 도달한 뒤에는 폐포에 부딪혀서 이를 망가뜨린다. 초미세먼지는 아주 작은 탓에 폐·장·혈관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구멍으로 들어가거나 혈관을 막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한번 들어간 미세먼지는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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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관지나 폐에 쌓인 미세먼지는 코나 기도점막에 자극을 줘 비염, 중이염, 후두염증, 기관지염,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또한 암, 고혈압, 부정맥, 심부전증(동맥경화, 혈전), 장폐색, 안구건조증, 각막장애,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최고 초미세먼지 권위자인 이노우에 히로요시 교수('은밀한 살인자 초미세먼지' 저자·게이오기주쿠대 의학부)는 "눈·피부와 같이 겉으로 드러난 기관이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영향이 빨리 나타나지만 폐·장처럼 몸속에 있는 장기에 들어왔을 때는 영향이 나타나기까지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노우에 교수는 이어 "초미세먼지는 담배의 3대 유해물인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에 이어 제4의 해로운 물질"이라며 "초미세먼지는 은밀한 살인자"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도 2013년 미세먼지를 대기오염과 함께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흡연보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이 2.7%, 사망률은 1.1% 증가한다고 밝혔다. 홍윤철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가 100㎍/㎥ 증가하면 사망자가 4.4% 늘어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스모그로 인해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350㎍/㎥까지 올라가면 사망자가 13.2% 증가해 서울의 하루 평균 사망자가 115명에서 130명으로 늘어날 수있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나 황사의 피해를 막으려면 노출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세먼지·황사가 심할 때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되 외출 시에는 의약외품으로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 집에 돌아와서는 반드시 얼굴과 손발을 깨끗이 씻는 등 생활습관을 좀 더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황사·미세먼지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려면 미세입자를 걸러내는 성능을 가지고 있는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보건용 마스크' 포장에는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 'KF99'가 표시되어 있는데, 'KF(Korea Filter)' 문자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더 크지만, 숨쉬기가 어렵거나 불편할 수 있으므로 황사·미세먼지 발생 수준, 사람별 호흡량 등을 고려해 적당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으며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뜻이다.

미세먼지나 황사 발생 시 콘택트렌즈보다는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지만 부득이하게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경우에는 렌즈 소독 및 세정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주·건고추·시래기·무말랭이 등 자연건조 식품이나 포장되지 않은 식재료는 미세먼지나 황사에 오염되지 않도록 포장하거나 밀폐된 장소에 보관한다. 식품을 조리·섭취할 때는 미세먼지가 주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은 후에 조리하고, 과일이나 채소는 사용 전에 깨끗한 물로 충분히 씻어 사용한다.

초미세먼지는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도 발생하기 때문에 화덕이나 많은 숯을 사용해 조리하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직장에서도 초미세먼지를 실내로 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출 후 귀사할 경우 신발바닥 및 옷을 털고 실내로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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