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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의당 학술상] "대한혈액관리협회 창설, 헌혈 운동에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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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이 추억하는 의당 김기홍 박사

의당 김기홍 박사를 가까이에서 봤던 사람들은 한국 진단검사의학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큰 산으로, 때로는 엄하지만 자상했던 스승으로, 시대를 앞서간 병원경영자로, 헌혈운동을 전개한 시민 운동가로 기억한다. 의학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만큼 많은 공적을 남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당이 한양대에서 봉직하는 동안 그와 인연을 맺은 세 명으로부터 의당에 대해 들어본다.

정화순 이원의료재단 학술원장

중앙일보

“원장님께 주례사를 부탁하는 직원들이 많았는데, 주례식 때마다 임상병리에 대해 말씀을 하셔서 마치 수업을 듣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한 직원의 결혼식에서도 임상병리에 대한 이야기로 주례사가 채워질까 싶어 짧게 해달라고 요청드렸 지만, 그날도 어김없이 임상병리 얘기를 꺼내 놓으셨을 만큼 임상병리를 사랑하셨던 분이었다.”

정화순(사진) 이원의료재단 학술원장은 의당 김기홍 박사에 대해 우리나라 의학사에 길이 남을 수많은 업적을 이루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의당 선생은 헌혈운동과 함께 대한혈액관리협회를 창설해 매혈에서 헌혈로, 우리나라 혈액 공급이 100% 헌혈로 이뤄질 수 있도록 터를 닦으셨다. 무엇보다 임상병리학회 (현 대한진단검사의학회)의 창립으로 진단검사의학 전문의가 자긍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게 만드셨다.”

정 원장은 인상에 남는 의당과 에피소드를 하나 더 소개했다.

“한양대병원 의국 1년 차 때 출근 첫날 원장님은 두꺼운 영어 원서 한 권을 주시며 빨리 번역해 놓으라고 하셨다. 미국 FDA 법령집이었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당시 법대를 다니던 친구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 내내 밤을 새워가며 번역을 했다. 당시 한양대병원에는 국내 손꼽히는 기사장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진단검사를 위해 만든 시약이 법에 저촉되는 문제가 생겼다.” 정 원장은 이 사건이 의당 선생의 도움으로 잘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식약처나 관련 법규도 마련되지 않아 변호사가 아닌 의당 선생이 직접 동분서주하며 일을 해결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원장님은 저에게 거대한 산이셨어요. 원장·학장·의료원장 등으로 모셨던 탓도 있지만 검사실에서 마주할 때 항상 근엄한 모습이셨죠. 언제나 몸가짐이 흐트러지는 때가 없으셔서 감히 차 한 잔 갖다 드리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워요.”

정 원장은 “의당 선생은 재정이 어려워도 학회는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한다며 발품을 팔아 시내 대규모 호텔 회의장을 무료로 대여하는 등 후배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애쓰셨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송덕순 객원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송덕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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