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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여의도 칼럼] 북중 관계 백척간두 기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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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천지원수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아시아투데이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한때 정말 엄청났다. 양측에서 혈맹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도 이런 관계가 괜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우선 북한 문화의 유행을 의미하는 이른바 조류(朝流)가 아직도 중국 중장년층의 뇌리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실을 먼저 꼽을 수 있다. 이 경우는 “지난 세기 우리의 70년대 말과 80년대는 문화대혁명의 여파로 문화적으로는 완전 겨울이었다. 반면 조선(북한)은 당시만 해도 모든 것이 중국보다 발전했다. 자연스럽게 조선의 문화가 깊숙하게 우리의 생활에 침투했다. 일류와 한류가 유입되기 전에 조류가 분명히 있었다.”면서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50대 후반의 베이징 시민 류웨이셴(劉偉先) 씨의 말이 무엇보다 잘 설명하지 않나 싶다.

북한과 중국의 우의를 상징하는 이름인 중차오(中朝)나 위안차오(援朝·중국의 북한 원조)라는 이름을 가진 중국인 중장년들이 꽤 있다는 사실 역시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리위안차오(李源朝) 국가부주석도 원래는 위안(源)이 아닌 위안(援)을 이름 가운데 자로 썼다는 얘기는 결코 괜한 게 아닌 것이다. 여기에 한국전쟁 때 전사한 인민해방군 묘가 북한에 대대적으로 조성돼 있는 현실까지 더하면 북중이 혈맹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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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백척간두의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을 웅변해주는 중국 언론의 그래픽./제공=검색엔진 바이두(百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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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불후의 진리처럼 북중의 이런 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아무리 물극필반(物極必反·모든 일은 극에 달하면 반전한다)이라는 말이 있다고는 하나 너무나도 순식간에 혈맹에서 완전히 철천지원수가 될 지도 모르는 기로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북한이 중국이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북중 관계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25일 전언에 의하면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징후는 많다. 무엇보다 중국이 이미 북한을 가상의 적국으로 상정하고 각종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꼽아야 하지 않을까 보인다. 원유 공급을 대대적으로 줄이겠다는 엄포 역시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여차 하면 미국보다 먼저 풍계리 등의 핵시설에 선제타격을 가하자는 주장이 군부 일부에서 제기되는 현실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북한의 강경 대응 자세 역시 양측 관계가 백척간두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여차 하면 중국을 한 방 때리겠다는 전의(戰意)마저 조선중앙통신 같은 관영 언론의 논조에서 여과 없이 묻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의 미사일 상당수가 남쪽이나 동쪽이 아닌 서북쪽으로도 향하고 있다는 베이징 외교가의 소문이 괜한 것은 분명히 아닌 듯하다.

물론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고 양측에 옛정은 분명히 남아 있다고 해야 한다. 중국이 최근 북한에 핵을 포기하면 경제 부흥을 위한 도움을 주겠다는 은근한 제의를 물밑에서 한 것만 봐도 이런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북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입으로는 거친 단어들을 내뱉고 있으나 그래도 마지막에 믿을 국가는 중국 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야 한다.

중국이 한국과 미국이 보기에는 답답하기 그지 없는 당근과 채찍 전략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국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막아주는 최적(最適)의 완충국으로 북한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한마디로 최후의 순간까지 북한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지금 같은 최악의 경우에는 북한 정부의 붕괴까지는 아니더라도 레짐 체인지(김정은 정권의 교체)에 작심하고 나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북중 관계가 백척간두의 기로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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