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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마크롱이 희망이다” 反극우 결집하는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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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1차투표 르펜과 결선行

마크롱 23.8%, 르펜 21.5%

두 아웃사이더가 1ㆍ2위

마크롱, 1년 전 신당 창당 돌풍

친기업 정책, 복지 확대 등

좌ㆍ우 공약 흡수 독자 노선

르펜 물리치고 집권 확률 높아
한국일보

프랑스 대선 1차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에마뉘엘 마크롱 앙마르슈!(전진) 후보가 결과 발표 직후 파리 당 본부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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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웃사이더가 프랑스 역사를 뒤흔들었다.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신당인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가 승기를 잡아 내달 7일 치러지는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특히 1차 투표 후 ‘반(反) 극우정서’가 결집하면서 선거 출마 경험이 전무한 데다 정당 기반도 없는 ‘중도 독립군’ 마크롱의 당선 가능성이 대폭 높아짐에 따라 전세계 이목이 프랑스로 쏠리고 있다.

24일 프랑스 내무부는 1차 투표 집계 결과 마크롱 후보가 23.8 , 르펜이 21.5 의 지지를 얻어 각각 1,2위로 결선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19.9 , 사회당 브누아 아몽 후보는 6.4%에 그쳐 60년에 가까운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거대 양당 모두 1차 관문을 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반면 급진좌파 장뤽 멜랑숑 후보가 19.6 로 피용의 뒤를 바짝 쫓았다. 정치 신예에 가까운 마크롱과 극우ㆍ극좌 후보에 전체 표의 약 65%가 몰린 것이다.

마크롱 후보의 약진은 일부 예견된 결과임에도 압도적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리베라시옹, 르파리지앵 등 프랑스 유력 일간지는 이날 자 신문 1면에 마크롱 사진을 게재, 마치 최종 당선된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국 BBC방송도 지난해 4월 친인척을 포함해 불과 200여명을 앞에 두고 창당을 선언한 마크롱이 1년 만에 폭발적으로 성장, “환멸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젊은 유권자들을 불러 모아 이제 프랑스를 ‘가보지 않은 길’로 이끈다”고 극찬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출신으로 2014년 경제장관으로 깜짝 발탁됐던 그는 프랑스의 높은 실업률에 대한 대안으로 친(親)기업 정책과 복지 확대 등 좌우파 공약을 흡수, 독자 중도 노선을 구축하며 인기를 얻었다. 1977년 12월 21일생으로 현재 만 39세인 마크롱이 당선되면 최연소 대통령이자 5공화국 이래 처음으로 원내 의석이 없는 대통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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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프랑스 고유의 ‘공화국 전선’이 본격 작동할 타이밍이다. 공화국 전선이란 극우주의 지도자의 집권을 막기 위해 좌우 세력을 막론하고 이뤄지는 세 규합을 말한다. 2002년 르펜의 아버지이자 국민전선 창립자인 장마리 르펜이 대선 1차 투표를 통과해 충격을 안겼을 때도 사회당 지지자들까지 결집해 결선에서 당시 공화국연합 소속 후보 자크 시라크에 표를 몰아 르펜을 막았다. 실제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이 르펜과 양자대결 시 65대 35 비율로 압승을 거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선이 치러지면 2002년 때와 비슷하게 피용 등을 지지했던 표심이 대거 마크롱으로 향하게 될 것이란 얘기이다.

마크롱도 일찌감치 결선의 승기를 굳히기 위해 르펜이 말하는 ‘프랑스적 가치’의 오류를 지적하며 반극우 여론을 결집하고 나섰다. 마크롱은 유럽연합(EU) 탈퇴, 반이민 공약을 내세운 르펜을 향해 이날 파리에서 열린 선거행사에서 “국가주의의 위협에 맞서는 모든 프랑스의 애국자들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결선투표는 개방 대 편협, 세계화 대 국가주의, 낙관 대 혐오, 그리고 희망 대 절망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르펜의 성과 또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버지에 이어 부녀가 연달아 1차 투표의 벽을 허문 데다, 득표율은 이미 부친(16.9%)을 뛰어 넘었다. 결선투표에서 낙선한다 해도 오는 6월 예정된 총선에서 의석 확대를 위한 기반은 충분히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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